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 되면서 11일 정치권에서는 현재 이 대표의 사법 대응을 총괄하고 있는 전직 검사 두 명이 회자되고 있다.
이 대표가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으로 지난 10일 성남지청에서 수사를 받을 때 유일한 변호인으로 조사실에 입회했던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은 향후 법정 안에서도 재판 대응을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법정 밖에서는 민주당 법률위원장으로 이 대표와 민주당의 사법 리스크를 총괄하는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이 있다. 한때 검찰의 ‘최고위직 칼’이었던 이들은 이제 ‘이재명의 방패’를 자처하며 이 대표에게 자신들의 운명을 걸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내년 총선에서 광주 출마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 출신으로 문재인 정권 첫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낸 박 전 고검장은 2020년 옷을 벗은 뒤 작년 10월 광주 광산구에 변호사 사무실을 냈다. 사무실 이름도 법무법인 ‘광산’이다. 그는 광산구갑에 출마를 준비 중이다.
박 전 고검장은 사무실 개업 문자를 전·현직 검찰 후배들에게 돌렸다고 한다. 검사들은 대부분 깜짝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간부는 “현직 때 기획통으로 알려졌던 박 전 고검장은 차분하고 점잖은 편으로 정치와는 크게 관련 없는 분으로 보였다”며 “개업 인사 문자에 ‘더불어민주당 정치보복수사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라고 직함을 쓴 걸 보고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전남 담양 출신의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은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서 자유한국당 권성동·염동열 의원을 기소한 뒤 2020년 검찰을 나왔다.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의 광주 서구을 지역구에 지난해 사무실을 냈다. 이재명 대선 캠프 법률 단장을 맡은 이후 이 대표 체제에 들어와 민주당 법률위원장도 맡았다. 이 대표는 물론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부원장 등 구속 기소된 이 대표 측근의 재판을 비롯해 직·간접적으로 당 안팎 사법 리스크 대응을 총괄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양 전 고검장이 결국 정치권으로 갈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공고·지방대(전남대) 출신 검사장의 입지전적 스토리는 물론 본인의 정치적 의사도 강해 출마설이 계속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고검장은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때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수사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면서 검찰 내부에서 논란이 됐다. 한 전직 검찰 간부는 “양 전 고검장이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총장을 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두 전직 검찰 간부의 정치적 야심은 향후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운명을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어떻게든 내년 총선 때까지 공천권을 가지고 있는 이 대표 체제를 유지시켜야 하는 것이 두 사람의 공동 목표일 것”이라고 했다.
박 전 고검장은 고검장 출신 전관 변호사의 수임료로는 턱없이 적은 수백만원 수준의 실비만 이 대표로부터 받고 성남FC 사건을 수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고검장이 맡은 당 법률위원장 역시 무보수 명예직이다. 당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검사들은 “하필 이 대표와 한 배를 탄 건 너무 리스크가 큰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