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소집된 임시 국회는 설날 연휴와 여야 의원들의 잦은 해외 출장이 겹치면서 본회의가 30일 한 번밖에 열리지 않았다. 대다수 상임위 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때문에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구속을 막기 위한 ‘방탄 국회’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1000만원 넘는 1월 세비는 물론 국회가 열리면 자동으로 받는 한달 100여만원의 특별활동비 수당도 챙겼다.
이런 가운데 국회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일도 안했는데 세비를 받을 수 없다”며 지난 반년간 사개특위 위원장 앞으로 나왔던 매달 700여만원의 세비 4000여만원을 모두 반납하거나 기부할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사개특위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작년 5월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뒤 ‘한국형FBI’로 불리는 중대범죄수사청(가칭) 설치 등 후속 법안 조치를 위해 작년 7월 국회에 설치됐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이 해당 법안에 대해 국회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고, 국민의힘은 헌재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개특위 회의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작년 7월 출범한 사개특위는 8월 여야 상견례 회의 한 차례만 열었을뿐 1월까지 활동이 전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사개특위 활동을 5월 말까지 4개월 또 연장했다.
정성호 사개특위 위원장은 본지에 “이유가 어찌됐든 회의를 열지 못하고 제대로 활동을 못했기 때문에 사개특위 위원장 앞으로 받은 세비는 모두 반납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했다. 정 위원장은 국회 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장에게 나오는 매달 회의 명목 식비 300여만원과 주유비 및 활동 경비 등 위원회 운영비 300여만원을 모두 반납했다.
정 위원장은 “세비에 매달 자동으로 추가돼 나오는 특별 수당 100여만원은 국회에 따로 반납할 방법도 없다고 해서 임기가 끝나면 한꺼번에 모아 자선 단체 등에 기부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렇게 정 위원장이 작년 7월 이후 지금까지 개점 휴업 상태인 사개특위 활동비를 기부한 금액만 4000여만원에 달한다. 헌재 결정 전까지 당분간 사개특위 회의가 재개될 가능성도 없어 정 위원장의 활동비 기부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 위원장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초선 문진석 의원도 3년째 매달 200여만원씩 세비의 30%를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기부 금액은 60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의원은 본지에 “21대 국회의원 당선(2020년 4월) 후 심각해진 코로나 상황을 맞아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매달 세비 기부를 결심했다”며 “생각보다 코로나 상황이 길어졌고 이왕 기부를 시작한 김에 1억원을 채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대한적십자사 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에도 가입한 상태다.
앞서 민주당 김병욱 의원도 20대 총선 공약으로 ‘국회의원 봉급 50% 기부’를 내세워 2016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2017년 1월부터 사랑의 열매 ‘아너 소사이어티’ 1억원 기부에 참여해 2020년 1억원 기부를 채우기도 했다. 김 의원은 “세비 기부를 공약으로 내세워 지킨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밖에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현직 국회의원들로는 민주당 김민기·박찬대·박정 의원, 국민의힘 이종성·조수진·김미애 의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