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예비 경선(컷오프)에서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가나다 순)가 본선에 진출했다. 최고위원 경쟁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가 지원하는 후보들이 전원 본선에 진출한 반면 친윤(親尹)계로 분류된 후보 일부는 탈락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여론조사 회사 3곳에 의뢰해 지난 8~9일 당원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선관위는 “본경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후보별 득표율과 순위를 공개하지 않았다. 본지 취재 결과 당대표 후보의 득표율은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득표율이 50%를 넘는 후보는 없었다”고 했다.
김기현 후보는 본선 진출자 발표 후 열린 후보 서약식에서 “여러분이 보내준 압도적 지지는 당을 안정 속에서 개혁으로 이끌고 나가라는 명령”이라며 “당원과 호흡하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총선 승리를 향해 매진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외연 확장으로 총선 승리를 이끌고 당원이 자랑스러워할 당당함이 당대표의 기준이라면 안철수가 적임자”라며 “지금부터 진검승부의 시작이다. 정말 자신 있다”고 했다. 천하람 후보는 “용산과 여의도에 갇혀 윤심(尹心) 타령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며 빈곤, 불평등, 저출산, 경제 침체 등 민생 문제를 강조했고, 황교안 후보는 “반드시 역전하겠다. 정통 보수 정당의 가치를 지켜가겠다”고 했다.
4명을 뽑는 일반 최고위원 선거에는 김병민·김용태·김재원·민영삼·정미경·조수진·태영호·허은아 후보가 본경선에 진출했다. 1명을 뽑는 청년 최고위원에는 김가람·김정식·이기인·장예찬 후보가 본선에 올랐다. 모두 초선 의원이거나 원외 인사들이다. 재선 의원인 박성중·이만희 후보는 탈락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다선 의원의 오더(지시)가 작동하지 않고, 같은 지역에서도 표심이 안 모인 것 같다”며 “지난 전당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방송 출연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유리했던 것 같다”고 했다. 김용태·김재원·정미경·조수진 후보는 이준석 대표 체제가 출범한 2021년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선출됐던 이력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당선인 시절 수행을 맡았던 이용 후보는 탈락했다.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친윤계가 지원한 이용 후보의 탈락은 윤심(尹心)만 강조해서는 당심을 얻기 어렵고, 늘어난 당원 속에 친윤과 비윤(非尹) 성향이 혼재돼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의 ‘러닝메이트’를 자처했던 문병호·지성호 후보도 최고위원 선거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자신이 지원해온 천하람 당대표 후보, 김용태·허은아·이기인 최고위원 후보가 모두 본선에 진출하자 이날 페이스북에 “개혁 후보 4명 전원 본선 진출”이라며 “오늘부터 꿈은 이뤄진다”고 했다. 이에 대해 친윤계 지원을 받는 장예찬 후보는 “당원권도 없는 전직 대표의 천한 선거운동”이라며 “(이 전 대표 측의) 부족한 윤리의식과 단호하게 선을 긋겠다”고 했다.
본선에 진출한 후보들은 오는 13일 제주를 시작으로 합동 토론회와 방송 토론을 통해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최종 결과는 3월 4~7일 모바일·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되는 당원 투표로 결정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가진 선거인단은 83만9569명으로 2021년 전당대회(32만8889명)보다 2.5배 늘어났다. 지역별로는 영남 비율이 51.3%에서 39.7%로 줄었고, 수도권은 32.3%에서 37.8%로 늘었다. 여권 내에서는 당원 투표 100%로 치러지는 만큼 2년 새 늘어난 50만명의 표심이 전당대회의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