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가 13일 제주에서 열렸다. 합동연설회는 제주를 시작으로 향후 권역별로 모두 7차례 열린다.

김기현(왼쪽),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3일 제주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천하람 당대표 후보./뉴스1

맨 먼저 연단에 오른 안철수 후보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궤멸시킬 것”이라며 “힘 빌려 줄 세우기 시키고, 혼자 힘으로 설 수 없는 당 대표로는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김기현 후보를 직접 거명하면서 “이번 전당대회는 안철수와 김기현 두 사람 중에 선택하는 선거”라며 “시간, 장소, 방식 상관없이 다 좋으니 더 많은 토론으로 경쟁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김 후보가 자신 있다면 다른 사람 뒤로 숨지 말고 당당히 실력으로 저와 대결하자”고 했다.

천하람 후보는 “책임지는 보수정치”에 방점을 찍었다. 천 후보는 최근 난방비 대란과 관련해서 “보수는 허황된 말로 국민을 속이지 않고 책임의식으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며 “정부와 협력하여 제주 도시가스에 획기적인 투자를 할 것”이라고 했다.

황교안 후보는 선명성을 강조했다. 황 후보는 “좌파·우파가 뒤섞여 있는 가짜 보수가 우리 안에 함께 있으면 뭘 할 수 있겠느냐”며 “정통 자유민주주의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손 맞잡은 국민의힘 당권주자들 -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13일 제주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첫 합동 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안철수·김기현·천하람 후보. 합동연설회는 권역별로 총 7차례 열린다. /뉴시스

마지막으로 연설한 김기현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강조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과 당 대표는 공조 협력해야 하는 부부 관계지, 따로 사는 별거 관계가 아니다. 대통령과 손발이 맞는 힘있는 대표가 되어야 일을 제대로 할 것 아닌가”라며 “당정 분리라고 하면서 당 지도부가 대통령을 견제해야 된다고 하면 우리가 왜 여당을 하느냐”고 했다. “정통 보수의 뿌리를 든든히 내리고 있는 제가 당대표가 되어야 당이 안정될 것”이라고도 했다. 안 후보에게는 ‘김안(김기현·안철수)연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대표가 된다면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후보를 상임 특별 고문으로 모실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합동연설회가 개최된 제주 퍼시픽호텔 연회장은 일시에 몰린 지지자·취재진들로 이동이 어려울 정도였다. 당원들은 합동연설회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각자 지지하는 후보자 이름을 연호하면서 기 싸움에 나섰다. 연설회장 한편에서 “김기현, 김기현”이라고 외침이 터져 나오면, 곧바로 “안철수, 안철수”라는 줄다리기 식의 대응이 이어지면서 개회 시간이 예정보다 10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럴 줄 알았으면 저도 출마할 걸 그랬슈”라면서 장내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장외(場外)에선 김기현 후보의 ‘대통령 탄핵’ 발언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김 후보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당내에서 충돌했을 때 불협화음이 생겼고,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탄핵이라는 과거가 있었다”고 했다. 현 대통령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당내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 또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당정이 분리돼서 계속 충돌했을 때 정권에 얼마나 큰 부담이 됐고, 정권이 얼마나 힘들어졌는지를 강조한 발언”이라고 했다. 당내에서 ‘탄핵’이라는 말 자체에 민감한 반응이 나오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이날 합동연설회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장제원 의원 발언에 대해 “한마디로 궤변”이라며 “대통령 탄핵을 이야기한 게 당 화합을 위한 길이라는 걸 어느 국민이 믿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