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7일 “노조 회계 투명성이 노조 개혁의 출발점”이라며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고는 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소위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일부 노조의 회계 장부 제출 거부 상황을 보고받고 이같이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노조 회계 문제와 관련해 다음 주 종합 보고를 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 구축 검토를 지시하는 등 회계 투명성 확보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상당수 노조가 회계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재차 개혁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부가 지난 1∼15일 1000명 이상 단위 노조와 연합단체 총 327곳에 회계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결과, 120곳(36.7%)만 자료를 제출했다. 여권 관계자는 “노조가 계속 회계 장부 제출을 거부하고 해당 기업이 이를 방치한다면 그 기업에도 경영적 측면에서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했다.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닌 원청기업을 ‘사용자’에 포함하고 파업 피해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까다롭게 만드는 내용이다. 재계와 국민의힘은 “민노총 특별법” “파업 조장법”이라며 반대해 왔다. 안건조정위는 이견 있는 법안 처리 시 입법 독재를 막기 위해 다수당과 다른 당 의원을 3대3 동수로 구성하고 4명 이상의 찬성으로 법안을 의결하는 제도다. 국회법은 안건조정위에서 최장 90일간 법안을 숙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날 민주당 이학영·전용기·이수진(비례) 의원과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비공개 회의 시작 20여 분 만에 법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법안은 사용자 범위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하면서도 지배·결정의 정의나 범위조차 정하지 않아 기업과 노동 현장에서 심각한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법안은 오는 21일 환노위 전체회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갈 전망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인 법사위에서 60일까지 법안 심사를 늦출 수 있지만 그 후에 환노위가 의결하면 법안은 본회의에 직회부되고 과반 의석인 민주당 마음대로 통과시킬 수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국민이 굉장히 관심이 많은 법안, 민생 법안이 하나의 정치세력이나 정당에 의해 여야 합의 없이 일방 처리된다면 많은 국민이 실망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협치를 포기한 일방통행 정부다운 발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