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맞서 ‘총동원령’을 내렸다. 지도부가 긴급 소집한 검찰 규탄대회에 현직 의원은 물론 전국 지역위원장과 당직자·당원 등 3000여 명이 집결했고, 친명계 일각에선 “의원 총사퇴도 불사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비명계 일각에선 개인 비리에 당 전체가 ‘운명공동체’로 대응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공개적인 반발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가 국회에서 부결되면 총선 때까지 이 대표가 공천권을 갖는다. 야권 인사는 “공천을 앞두고 다른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전국지역위원장·국회의원 긴급 연석회의’와 ‘윤석열 정권 검사 독재 규탄 대회’를 잇달아 열었다. 당 지도부가 전날 긴급 총동원령을 내렸는데, 민주당 의원 150여 명과 원외 지역위원장 대부분이 참석했다.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규탄 대회엔 현역 의원과 지역위원장은 물론, 당직자·보좌진과 이 대표 지지층까지 몰려 3000여 명이 집결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해외 출장 간 의원 등 10명을 제외한 전원이 출석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규탄 대회에서 윤석열 정권을 향해 “촛불의 강물이 정권을 끌어 내릴 만큼 국민은 강하다. 국민과 역사를 무시하지 말라”며 “그깟 5년 정권이 뭐 그리 대수라고 이렇게 겁이 없냐”고 했다. 이 대표는 연석회의에선 “우리가 싸워야 하는 건 이재명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곧추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방탄’이라는 비명계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역위원장들에게 “진실의 방패를 들어 거짓의 화살에 맞서 싸워달라”는 편지까지 보냈다.
지도부 일각에선 장외 투쟁까지 불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 지도부 인사는 통화에서 “이 대표 영장 청구에 맞서 장외 여론전에 나서야 한다”며 “3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 ‘개딸’들은 당장 이번 주말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리는 촛불 집회 참석을 독려하고 있다. 이들은 “재명이네마을 주민(이 대표 지지층) 21만8262명이 삼각지에 나오면 100만명이 시청 앞까지 행진하게 된다”며 집회 상세 일정을 공유했다. 박진영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옛날 같았으면 벌써 ‘야당 의원직 총 사퇴하기로!’라는 말이 나옴직하다”는 글을 공유했다.
비명계에선 공개적인 반발이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방탄 비판을 해온 조응천·이상민 의원도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반대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비명계 의원들도 페이스북에 이 대표 영장 청구를 비판하는 글을 여럿 올리고 있다. 이는 내년 총선이 ‘이재명 지도부’ 체제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의원 대부분이 공천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고 이 대표가 불구속 사태에서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이 대표는 “1심 결론도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표직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 대표 스스로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는 한 공천권은 이 대표와 현 지도부가 갖는다. 한 비명계 의원은 “쟁점 사안마다 당 지도부에서 건건이 연락해 찬반을 물어보는데 마치 니편 내편 가르는 분위기라 겁난다”고 했다. 한 친문계 인사는 “당이 이 대표과 함께 동반 자살의 길로 가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토착 비리 정치인으로 규정하면서 영장심사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정치 탄압이라는 야당의 주장은 토착 비리라는 본질을 호도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지역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에 돌아가야 했을 엄청난 규모의 개발 이익이 개발업자와 브로커들에게 돌아간 전대미문의 토착 비리 사건”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제1 야당 대표가 됐다고 해서 법 절차를 무시하거나 피해 갈 수 없다”며 “국회의 불체포특권 방탄에 숨어서 해결할 게 아니라 정정당당히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응해서 무고함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