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현실적·실용적 접근'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뉴스1

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현지시각) 강연에서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이 느끼는 생존욕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당내에선 대선 직후 미국으로 건너간 이 전 대표의 ‘조기 귀국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가진 강연에서 “점진적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의 동시 추진이 필요하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어 “비핵화 협상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상호 위협 감소’와 ‘북미 관계 개선’을 나란히 올려놓고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북한이 최강대국 미국과 오랜 기간 대치하면서 강한 안보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진단이다. 북한의 핵개발을 정당화 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생존욕구를 무시하면서 협상에 성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 불포기 선언을 두고는 “북한의 강력한 피해의식과 안보 위협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점진적 비핵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완벽주의적 접근으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또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추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완전한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취지다.

북한 붕괴론과 관련해 이 전 대표는 " 많은 분석가들이 북한 정권이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붕괴할 수 있다고 믿지만 북한 붕괴론은 오류라는 사실이 증명됐다”며 “무시하거나, 경제제재로 붕괴를 기다리는 것은 핵개발과 같은 역효과를 낸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여성위원회 발대식에서 잠시 위를 바라보고 있다./뉴스1

이 전 대표는 대선 직후인 지난해 6월부터 미국 조지워싱턴대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체류하면서 정치적인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회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되자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총리와 가까운 인사들은 다음달 이 전 대표와의 만남을 위해 워싱턴DC로 출국할 예정이다.

정치권은 이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연공)이 오는 28일 재출범 하는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본격적으로 검찰에 소환되고, 체포동의안 등이 제출되면 내년 초쯤엔 새로운 지도부를 세우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며 “이 대표 사퇴 압박이 커지면 이후 민주당을 고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