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시 허위 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피고인 신분으로 처음 법정에 출석했다. 전날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재판 준비를 한 이 대표는 이날도 오후 5시가 넘도록 재판을 받느라 당무를 소화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민주당 지지율이 8개월 만에 20%대로 떨어지고 국민의힘과의 격차도 10%포인트 벌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수사와 재판까지 겹치면서 ‘사법 리스크’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만 마친 뒤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해 형사34부(재판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재판에 출석했다. 이 대표 혐의는 “(대장동 개발 핵심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했던 발언 등이 당선 목적의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재판 중간 취재진에게 “부당함에 대해 법원이 잘 밝혀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이 부결된 후 민주당 지지율도 하락세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일과 이달 2일 실시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포인트 상승한 39%였고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5%포인트 하락한 29%로 집계됐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고 양당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릿수로 벌어진 것은 작년 6월 이후 8개월 만이다.
특히 총선 격전지인 서울 지역 민주당 지지율은 21%로 국민의힘 지지율 39%의 절반 수준이었다. 갤럽 측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이 대표 체포 동의안 표결 전후 민주당 내 난기류가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여론조사 업체 4곳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공동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9%, 민주당 지지율은 27%로 양당 격차는 12%포인트였다(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여파는 당대표의 공식 당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검찰이 대장동 사건 소환 조사를 요구하자 “주중에는 당무를 해야 한다”며 토요일에 출석했다. 검찰 조사와 달리 재판 날짜는 이 대표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날까지 이틀 연속 당 회의를 제외한 대표 공식 일정을 하나도 잡지 못했다.
이 대표는 오는 17일, 31일 등 격주 금요일마다 공직선거법 재판을 받아야 한다. 검찰이 성남FC 사건과 대장동 사건을 기소하면 재판 출석 횟수도 2~3배 늘어날 전망이다. 비명계 한 의원은 “재판은 이제 시작인데 여의도 국회와 서초동 법원을 매주 몇 번씩 오간다면 총선 지휘는커녕 기본적인 당대표 역할이나 하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피고인 신분 이 대표는 매주 하루씩 재판이 진행되고 또 다른 하루는 재판 준비에 시간을 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이 이 대표 사퇴론에 동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최근 여론조사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영향을 받고 있어 정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태호 민주연구원장은 통화에서 “보수 지지층이 과표집되는 왜곡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내부 조사 결과를 보면 오히려 민주당이 앞서는 것도 있다”고 했다. 이어 “사법 리스크 이슈는 오래된 것이기 때문에 보수 과표집을 조정해서 보면 양당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