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與野) 의원들은 8일 북핵 위협과 전 세계적 경제 위기 대응에서 한일 관계 개선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경색된 한일 관계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은 미래를 위해 내놓은 대승적 결단”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한일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그러면서도 “국민 지지가 없으면 백약이 무효”라며 “앞으로 피해 배상에서 일본의 실질적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김태호 외교통일위원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더 이상 한일 관계를 발목이 잡힌 상태로 둘 수는 없다”며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 도발로 중첩적인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를 잊을 순 없지만 미래를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며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 뒤따라 한일 신(新)융합 시대로 전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한일의원연맹 부회장인 김석기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한일 관계 정상화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이제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의 새로운 발판은 일본의 전향적이고 가시적인 후속 조치에 달려 있다”고 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국회 외통위의 윤상현 의원은 이날 “일본 측 의원들에게 ‘2018년 우리 대법원에서 배상 책임이 인정된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의 민간 기업들이 과거 반인권적 행동에 대해 사과하는 별도의 입장을 표명하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에선 이날도 당 최고위 회의에서 “정부 배상안은 대일 항복 문서, 친일 매국 정권”(이재명 대표) “제2의 경술국치”(정청래 최고위원) 등 비판 발언이 잇따랐다. 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는 “무작정 비판이 아닌,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 해법 마련에 동참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외통위의 이상민 의원은 “한일 관계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정부가 발표한 만큼 이제 뒤집을 수는 없다”며 “다만 정부가 너무 가속 페달만 밟은 것 같다. 속도 조절을 하면서 반대 여론을 설득하고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일본의 적극적 참여도 이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인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지난 20대 국회 때 ‘제3자 변제’ 방안을 제시했지만 일본 정부의 사과나 전범기업들의 배상이 없어서 피해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그렇게 무산된 경험이 있는데 정부가 (비슷한 방안을) 해법으로 내놨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해법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일의원연맹 간사인 김한정 의원은 “기본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은 좋지만, 일본의 사죄 표명이나 전범기업 참여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로 가면 우리 국민 지지를 못 받는다”며 “일본 정부 호응 없이 우리 정부만 부담을 안게 되면 한일 관계 개선 취지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실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일본 입장에서도 우리와의 관계 개선은 무작정 미룰 수 없는 문제이고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처럼 우리 협조를 받아야 할 사안이 많은 만큼, 우리가 기울이는 노력에 상응하는 조치를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