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전형수(64)씨가 9일 숨진 채 발견되자 민주당이 술렁이고 있다. 비명계 사이에선 “도의적 책임 표명조차 안 하면서 어떻게 큰 주제를 제시하고 야당을 이끌겠냐”는 우려가 나왔다. 반면 친명계 지도부는 “전 당원이 똘똘 뭉쳐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의 폭압을 뚫고 끝내 승리할 것”이라며 내부 결속에 나섰다.
비명계 의원들은 10일 오전 비공개 만남에서 이 대표 책임론을 두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이 대표의 입장 발표를 생중계로 함께 지켜봤는데 이 대표가 전씨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인가”라고 하자 한 비명계 의원은 “내년 총선이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탄식했다고 한다. 비명계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길’은 다음 주 ‘대선 1년, 대한민국과 민주당’을 주제로 공식 세미나를 여는데, 전씨 등 측근들의 연이은 죽음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문제를 집중 제기할 전망이다.
이날 민주당에선 겉으로는 “일단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전씨 죽음을 계기로 물밑에선 이 대표 사퇴 등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 주변에서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는데 참담함을 느낀다”며 “대표의 사퇴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검찰 수사가 정말 부당하다면 측근들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대표직을 내려놓고 떳떳하게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자세일 것”이라고 했다. 다른 비명계 의원은 “여당은 이제 전당대회를 마치고 새 지도부 체제가 완성됐는데, 우리는 이 대표 취임 수개월이 지난 상황에서도 여전히 방탄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이 대표 본인도 더 큰 뜻을 펼치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거취에 대해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측근 죽음으로 이 대표의 판단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경제 위기 상황에서 거대 야당 대표의 처신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여론이 악화하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이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이 대표 중심의 단일 대오를 강조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검찰의 가혹한 수사가 없었는지, 무리한 수사는 없었는지 검찰 스스로 밝히기 바란다”며 “민주당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윤석열 검찰은 강압 수사를 멈추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입장문에서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야당 대표를 범죄자로 만들겠다는 검찰의 간악한 집착이 결국 황망한 죽음을 불러오고 말았다”며 “평생을 헌신한 공직자의 삶을 망가뜨린 검찰의 사법 살인에 끝까지 책임을 묻고, 조작 수사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 대표를 사냥하고야 말겠다는 광기에서 빚어진 참극”이라고 했고, 박성준 대변인은 “막다른 곳으로 밀어 넣은 검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