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당내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이 거칠어지고 있다. “인간이라면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간 회의론’부터 “민주당은 그 명(命)을 다할 것”이란 말까지 나왔다. 반면 이 대표는 정부의 징용 해법에 대해 “자위대 군홧발”을 언급하며 반일 몰이를 한 데 이어 12일엔 자신의 부모 묘소가 훼손당한 사진을 올리며 ‘주술론’을 제기했다.
비명계인 윤영찬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 전 비서실장 사망에 대해 “십 년 넘게 자신을 위해 일했던 사람”이라며 “(이 대표가)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게 인간이고 그게 사람”이라고 했다.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도 12일 페이스북에 “지금 상황에서도 이재명 방탄을 이어간다면 민주당은 그 명(命)이 다할 것”이라며 “이 대표와 같은 인물이 당대표라는 사실에 당원으로서 한없는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인두겁을 쓰고 어찌 저리 뻔뻔한가”라며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당원들의 글이 늘고 있다. 한 의원은 “연이은 측근 자살에 검찰 탓만 반복하는 이 대표를 보고 ‘이건 좀 아니지 않으냐’는 당내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가 있나 하는 분노감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비명계 일부가 요구하는 당직 개편에도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이재명 대표는 숨진 전 비서실장의 장례식이 있던 11일에도 징용 해법 규탄 집회에 참석해 “자위대 군홧발이 다시 한반도를 더럽힐 수 있다”며 반일 몰이 수위를 높였다. 이 대표는 연단에서 “다시 일본에 머리를 조아리는 굴욕적 모양을 만들어냈다”며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관련해선 “일본에 ‘호갱(이용당하는 손님)’이 되고 말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12일에는 페이스북에 부모 묘소가 훼손된 사진을 올리고 “누군가 무덤 봉분과 사방에 구멍을 내고 이런 글이 쓰인 돌을 묻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라고 적었다. 사진상 돌에는 세 글자가 적혀 있는데 ‘생(生)’ 자와 ‘명(明)’ 자는 분명하고 나머지 흐릿한 글자는 ‘살(殺)’ 자로 추정된다고 민주당은 설명했다. 이 대표는 3시간여 뒤 다시 올린 글에서 “일종의 흑주술로 무덤의 혈을 막고 후손의 절멸과 패가망신을 저주하는 흉매라고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즉각 수사를 요구했고,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보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묘소 훼손의 진상은 밝혀야 하지만 지금이 그 문제를 제기할 때냐”며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커지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