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렸다. 당내에선 이준석 전 대표와 불화, 근로시간(69시간) 개편안 등이 지지율 하락을 가속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與圈)은 지난해 정권교체 대열의 선봉에 섰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지속적 이탈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19일 “김기현 대표가 대학교 학생식당 밥값까지 챙기는 ‘맞춤형 정책’으로 청년들에게 다가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성인 남녀 1003명(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18~29세)의 여당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연령대에서의 국민의힘 평균 지지율 34%보다 20%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20대 지지율만 놓고 보면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2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같은 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3%였는데, 20대에선 17%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20대, 60대 이상 지지를 바탕으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승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직후에는 갤럽 조사에서 20대의 대통령 지지율이 49%로 최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9개월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당 지도부는 ‘정책적 요인’을 20대 이탈의 배경으로 진단하고 있다. 실용적 가치가 우선인 청년세대가 69시간 근로시간, 일자리, 고(高)물가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대는 거대노조 횡포에는 분노하면서도 동시에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인 근로시간 개편안에는 반발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통령실은 “노동개혁은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며 노동개혁을 통한 MZ세대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세대는 자신들에 대한 유불리에 따라 지지를 바꾸는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여권의 의도와는 다르게 MZ세대가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 사퇴 과정을 보면서 “국민의힘이 다시 ‘꼰대 정당’이 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출하는 20대도 적지 않다. 당내에선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가 지지했던 후보 전원이 당 지도부 입성에 실패한 것도 20대 남성 지지층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전당대회가 진행될 때만 하더라도 20대 지지자들의 기대감이 당 지지율에 일부 반영됐지만 (지도부 입성 실패로) 그것도 물거품이 됐다”며 “당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청년 맞춤형 정책을 전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면서 “김기현 대표가 주 69시간제 문제뿐만 아니라 대학교 학생식당 밥값, 교통비, 전기료까지 세밀한 화두(話頭)를 던질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오는 20일 당 민생특위를 출범하고, 21일에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긴급생계비 소액 대출’ 상품도 직접 챙길 예정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20대 이탈표’는 살얼음판 승부가 벌어지는 수도권 선거에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당대표가 마음 떠난 청년들의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늘어져도 모자랄 판”이라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과 정부는 ‘주 최고 69시간’으로 논란이 된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근로자의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방향으로 보완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 입법예고 기간 MZ세대와 노조 미가입 노동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김기현 대표 취임 이후 처음 열린 고위 당정 회의에서였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당에서는 최근 은행의 높은 대출 금리와 난방비, 전기료 등으로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지는 만큼 정부의 완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