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민생 4대(물가·금리·부동산·고용) 폭탄 대응단 출범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3.22/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기소된 22일 민주당은 곧바로 ‘기소 시 당직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의 예외 조항을 적용해 이 대표의 대표직 유지를 공식화했다. 민주당이 이 대표 방탄을 위해 부정부패 혁신안의 산물인 당헌 80조를 무력화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당헌 80조와 관련해 이 대표 직무 정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당무위원회를 열었다. 당헌 80조는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만든 ‘반부패 혁신안’의 대표 내용이다. 다만, 정치 탄압으로 인정될 경우 직무 정지를 면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뒀는데, 이날 당무위가 ‘이 대표 기소는 정치 탄압에 해당돼 당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당무위 후 브리핑에서 “당헌 80조3항에 따라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의결, 80조1항에서 규정한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의결했다”며 “의결 정족수는 성립됐고 반대 없이 의결됐다”고 했다. 당무위 의장은 이 대표다. 이날 당무위는 박홍근 원내대표가 주재했지만, 사실상 이 대표가 ‘셀프 구제’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 지도부와 친명(친이재명)계는 이 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기 전부터 “이 대표 수사는 정치 탄압에 해당되기 때문에 당헌 80조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해 왔다. 진성준 원내수석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부당한 억지 기소이고 정치 탄압의 일환이기 때문에 당대표직은 거론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대표직은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비명계에선 “결국 ‘이재명 사당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말이 나왔다.

한편 당무위에선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기소된 기동민·이수진 의원에 대해서도 당헌 80조의 예외조항을 적용하기로 했다. 기 의원은 라임자산운용 사태 관련자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정치자금 1억원과 200만원 상당의 양복을 받은 혐의로, 이 의원은 김 전 회장에게 2016년 2월 불법 정치자금 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두 의원 모두 자신들이 부당한 정치 탄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결국 이 대표를 지키려고 다른 의원들까지 방탄하게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