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이 검찰에 기소된 이재명 대표의 당직 정지를 논하는 당무위원회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권표가 있었는데도 “이 대표 기소는 정치 탄압”이라는 결론이 만장일치로 나온 것처럼 거짓말을 한 것으로 23일 드러났다. 이는 기권표를 행사한 전해철 의원이 김 대변인의 ‘거짓 브리핑’에 직접 항의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연합뉴스

김 대변인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당무위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재명 대표, 기동민·이수진(비례) 의원에 대해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의결을 했다”며 ‘반대 의견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거는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한다’고 돼 있고, ‘정치 탄압으로 인정되면 예외로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날 당무위 결과 이 대표 등에게 만장일치로 예외 조항을 적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전해철 의원은 “공소장을 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기소 당일 당무위를 소집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반론을 제기하며 기권표를 던지고 퇴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의원이 “내가 충분하게 반론을 이야기하고 퇴장했는데 만장일치 브리핑은 사실과 다르지 않느냐”며 직접 항의하자 김 대변인은 이날 추가 브리핑을 열고 전 의원의 기권표를 소개했다. 하지만 김 대변인은 이날도 “정치 탄압을 인정할지 말지의 안건에 대해서는 전 의원이 말하지 않고 소집 절차에 대해서만 말했기 때문에 반대 없이 통과됐다고 언론에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오전 11시에 기소됐는데 공소장 내용도 모르는 상황에서 오후 1~2시에 당무위 소집 문자를 돌리고 5시에 모여 논의한다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 방탄을 위해 대변인이 앞장서 거짓말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대변인은 작년 11월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에 대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나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었다. 김 대변인은 같은 달 이 대표와 주한 유럽연합(EU) 대사의 면담에서 EU 대사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대북 대화 채널이 있어 군사 긴장이 고조돼도 해결책을 찾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취지로 대사가 하지도 않은 말을 브리핑해 논란이 되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라임자산운용 사건의 주범 김봉현씨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기동민·이수진 의원이 이 대표와 함께 예외 조항을 적용받게 된 것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뇌물, 횡령, 불법 정치자금 등 잡범들까지 모두 정치 탄압으로 보고 면죄부를 줘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당 관계자는 “양복 선물과 필리핀 여행 접대가 사실로 드러났고 알선수재 혐의를 받는 기 의원 등의 개인 비위 수사가 솔직히 정치 탄압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당에 질서와 상식이 없어지고 있다”고 했다. 조응천 의원은 “너무 방탄 쪽으로 당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