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사실상 최종 법제화 수순으로 들어갔다. 정치권에서 ‘쌍둥이법’이라고 불리는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도 4월 상임위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통상 공항의 이전·건설을 놓고는 수많은 이해관계로 진통을 겪지만, 두 법안은 국회에서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자 자신의 ‘텃밭 사업’에서 공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와 광주시는 서로 협력하기로 협약까지 맺었다. 그러나 일각에선 “두 공항을 합해 20조원에 가까운 규모의 사업이 거대 정당의 총선용 포퓰리즘 사업이 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러스트=김성규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은 ‘기부 대 양여’ 차액의 국비 지원, 신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이 핵심 내용이다. ‘기부 대 양여’는 한마디로 헌 집 주고 새집을 받는 방식이다. 현 대구공항은 군공항과 민간 공항이 함께 있다. 그 때문에 대구시가 민간과 군이 함께 사용하는 공항을 건설해 정부에 기부하고, 대신 현 공항 부지를 정부로부터 양도받아 개발해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개발 차익이 신공항 건설 비용보다 적을 땐, 정부가 예산의 범위 안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 법안을 오는 27일 법사위, 30일 본회의 순서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새 공항은 경북 군위군과 의성군이 맞닿는 지역에 지어진다.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도 대구·경북 신공항법과 국비 지원 등 핵심 내용은 유사하다.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을 다룰 국회 국방위 법안심사소위는 다음 달 4~5일 열린다. 이미 대구·경북 신공항법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은 만큼 이 법도 큰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남 함평군 등이 광주 군공항 이전 후보지 유치 행보를 보이면서, 이전 후보지 마련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 군공항 활주로를 임차해서 쓰고 있는 광주 민간 공항은 향후 무안국제공항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하지만 군공항 유치를 원하는 지역에서는 민간 공항도 함께 옮겨와야 한다고 요구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두 공항의 이전·건설 방식은 주로 세금 투입으로 지었던 다른 지역 공항과 다른 점이 분명히 있다. 대구와 광주의 발달로 공항 부근까지 도시가 확대되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커졌고, 기존 부지를 잘 개발할 경우 새 공항의 건설 비용도 상당 부분 충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업이 양당과 지역 정치권의 주고받기식으로 추진되면서 제대로 된 견제와 타당성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양당이 공항 건설과 관련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구·경북 신공항 사업의 사업비는 12조8000억원, 광주 군공항 이전 사업비는 6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개발사업비를 충당하려면 부동산 개발이 핵심인데, 경기가 극도로 냉각된 현 상황에서 조 단위의 수익을 내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모자라는 돈은 세금에서 충당해야 한다.

우리나라 공항 자체의 포화도 문제다. 국민의 97%가 이미 공항 100㎞ 이내에 살고 있어 추가 공항 건설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산 가덕도 공항이 개항해 영남권에 2개의 신공항이 운영되면, 과잉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물론 새로 지어지는 대구·경북 신공항의 경우 지역 인구가 400만명에 첨단 제조업 산업단지도 지역에 갖춰져 있어 시설 업그레이드 등으로 사람과 화물이 몰릴 경우 탄탄한 공항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막대한 규모의 국비가 투입되는 공항을 건설하려면 전문가들이 모여 사업성을 정확히 따져보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필수적”이라며 “비전문가인 여야 정치인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