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KBS 수신료 수입을 더 늘리는 방향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공영방송 사장 교체를 어렵게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한 데 이어, 수신료 인상을 주장해온 KBS를 대변하면서 ‘공영방송 내 편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KBS의 방만 경영 도우미가 되고 있다”며 “사실상 ‘TV 수신료 영구 갈취법’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공영방송과 관련한 법 개정 공청회를 단독으로 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의 단독 개최에 반발해 불참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국방송공사법안과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집중 논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KBS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수신료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공영성이 떨어져 선정적 방송을 하게 된다”고 했다. 지난해 KBS 전체 수입(1조5300억원) 중 수신료 수입은 6935억원으로 45%를 차지한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한국방송공사법은 ‘KBS 수신료 승인안에 대한 국회의 승인 절차를 위원회에서 기한 내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도록 규정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법제사법위에서 법안 처리가 막힐 경우, 법사위를 건너뛰는 방식으로 ‘입법 독주’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에는 KBS 업무에 ‘보유 자산의 임대·개발 및 운영’을 명시하는 방안도 들어있다. 현행 방송법에는 KBS의 자산 활용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KBS는 전국에 있는 송신소·중계소 건물 등을 포함해 2019년 기준 총 4500억원대에 이르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있는 KBS 연구동 건물과 여의도 샛강역 앞 KBS 별관은 개발할 경우 상당한 수익을 얻을 전망이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도 KBS가 원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현재 방송법엔 ‘TV 수상기 소지자는 KBS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안은 이를 ‘수상기를 미보유한 자가 직접 신고해 수신료를 면제받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바꾸도록 했다. 수신료 면제 방법을 더 번거롭게 바꿔, KBS의 수입을 늘려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방통위는 이와 관련, “수상기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수신료가 부과될 가능성이 커 수신료의 법적 성격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2021년 한국전력이 접수한 KBS 수신료 관련 불만 민원은 4만8114건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수신료 환불 요구나 ‘KBS를 보지도 않는데 왜 수신료 거둬가느냐’는 불만이 주를 이뤘다.
과방위 여당 간사 박성중 의원은 “민주당과 민노총이 장악한 KBS가 공영방송의 공적책무를 스스로 짓밟고 국민 동의 없이 수신료로 사업하고 수신료 거부운동을 막으려는 조세갈취 정책을 하겠다는 발상부터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라며 “KBS를 노영방송으로 획책하려는 민주당은 수신료 갈취조세법을 당장 철회하고 민주당 2중대인 민노총 언론노조는 민심의 무서움을 알고 지금 당장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