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 직접 후쿠시마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대통령실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거듭 밝혔지만, 민주당은 관련 논의가 있었다는 일본 언론 보도를 기정사실화하며 직접 현지에서 문제 상황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과거 일본 우익 의원들이 독도의 일본 영유권을 주장하며 한국을 찾았다가 입국 금지당하는 정치 쇼를 벌인 것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방사능 괴담을 유포하고, 한일 관계를 더 악화시켜 정부 지지율을 끌어내리려는 게 진짜 의도 아니냐”고 했다. 대통령실은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절대 수입할 수 없다는 우리 정부 입장을 (일본 측에) 잘 전달해 달라”며 우회적으로 야당을 비판했다.
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저지 대응단’ 소속의 위성곤·양이원영·윤영덕 의원과 농어민위원회의 이원택 의원은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후쿠시마 현지 방문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은 “후쿠시마 원전 주변 오염이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직접 확인할 것”이라며 “의원들이 자체 추진했지만 당 지도부도 관련 계획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일본 방문 첫날 도쿄에서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했던 도쿄전력 본사를 찾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겠다고 했다. 일한 의원연맹 소속 의원들도 만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도쿄전력과 일한 의원연맹으로부터 면담에 응하겠다는 확답은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전력이 한국 정부도 아닌 야당 의원들의 이 같은 요구를 받아줄 가능성은 거의 없고 양국 관계에 악영향만 끼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일본을 방문하는 의원들은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왜 야당이 일본까지 가서 해야 하는지, 우리가 오히려 어이가 없다” “우리가 나서면 정부도 좀 더 자극을 받아 열심히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후쿠시마에서는 현지 주민과 어민, 관련 단체 등을 만날 계획이다. 민주당은 현지 어민들도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만남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안전성이 입증 안 된 채로 방류하면 안 되는데 (우리 정부가) 안 하고 있지 않느냐”며 “일본에 강력하게 항의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필요하면 피케팅도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저지 대응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등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를 저지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현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1국이 참여하는 감시단을 구성해 안전성을 검증 중이다. 우리 정부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 한국 전문가도 참여하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일본에 직접 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일 정상회담 관련 국정조사도 계속 요구 중이다.
후쿠시마에 직접 가겠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이, 과거 일본 우익 의원들이 독도의 일본 영유권을 주장하며 한국을 찾았던 것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1년 일본 자민당 의원 3명은 울릉도에서 “독도는 일본 땅”을 외치겠다고 했지만 김포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되자 9시간 동안 농성을 하다 돌아갔다. 처음부터 한국 입국이 거부되는 모습을 연출해 일본 여론을 선동하는 효과를 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말이 나왔었다. 민주당 의원들의 후쿠시마 현지 방문도 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후쿠시마 방문 계획이 알려지자, 국민의힘은 “ ‘죽창가’에 대한 국민 관심이 멀어지니 이제 주특기인 ‘괴담 유포’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했다. 김기현 대표는 “민주당이 하는 모습을 보면 ‘사드 배치하면 전자파에 사람 죽는다’고 거짓말한 모습이나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면 광우병으로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고 선동한 모습이랑 같다”고 했다. 김민수 대변인은 “북한과 간첩들이나 할 일 아닌가. 교묘한 선동을 멈추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실익이 없는 행동”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한일 의원연맹에 속한 한 민주당 의원은 “아무것도 조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에 가봤자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라며 “일본 내 반한(反韓) 감정만 키우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대응을 잘못해 문제가 되는 상황이면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지 않으냐”며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한일 관계에서 논란을 만드는 유치한 행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