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을 재선거에서 당선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7일 광주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뉴시스

4·5 전주을 재선거에서 당선된 진보당 강성희(51) 의원이 국회 상임위 배정에서 국방·안보 기밀을 다루는 국방위에 배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회와 군 안팎에서 ‘군사 기밀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보당은 2014년 내란 선동으로 해산당한 통합진보당 핵심 인물이 다수 참여하고 있고, 검찰은 최근 진보당에서 활동한 인사들을 간첩단 총책 등 혐의로 잇따라 기소했다.

보통 재선거에서 당선되면 관행적으로 상임위 내 결원이 있는 곳에 우선 배정이 이뤄졌다. 현재 결원이 있는 곳은 국방위가 유일하다. 강 의원은 7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임위 배정 관련 물음에 “(결원 때문에) 국방위에 가야 된다면 가야겠죠”라고 말했다. 국방위 전문성이 부족하지 않으냐는 물음엔 “그러면 국방위 가는 분들은 다 국방부에서 일한 분들만 가야겠다. 그런 건 당연히 아니다”라고 했다. 진보당은 보도 자료를 내고 “민생과 전주 발전 상임위를 우선 바란다”면서도 “특정 상임위에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것은 반헌법적, 반의회주의적 발상”이라고 했다.

국방위원이 되면 ‘비밀취급인가증’이 생겨 한미 연합훈련의 구체적 일정이나 방위비 내역, 우리 군의 첨단 무기 체계와 전략 배치, 작전 계획 등 예민한 군사 기밀을 열람·입수할 수 있다. 정치권과 군에선 “제2의 이석기 논란이 불거질 게 뻔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2012년 19대 국회 때 종북 의혹이 제기된 인사들이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당선되자, 이들을 군사·안보 기밀을 다루는 국방위·외교통일위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당시 이석기 의원 등은 결국 다른 상임위에 배정됐다. 하지만 이 의원은 타 상임위에 있으면서 국방부에 한미 연합훈련 자료, 북한 도발에 대비한 군사 자료 등 30건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다른 통진당 의원들도 40여 건 군사 기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당시 국방부는 “안보에 위협이 되는 비밀 문서는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국방위원의 요구가 있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교섭 단체 의원의 상임위 배정은 국회의장 권한이다. 의장실 측은 “국회법 절차를 따르되 양당 입장도 들어보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아직 관련 논의를 한 적은 없다”면서도 “진보 정당 의원이 국방위에 가면 왜 안 되나”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국방위원장은 “진보당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북한 정권·군을 적으로 하는 우리 정책과 반대쪽으로 가고 있지 않으냐”며 “이석기 전 의원과 비슷한 유형의 의정 활동을 할까 대단히 걱정스럽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진보당은 의정 활동에 앞서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당원들에 대한 입장부터 밝히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