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외신기자클럽 기자 간담회에선 검찰 수사 관련 질문이 잇따랐다. 이 대표는 “외신 기자 회견에서 이런 질문과 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당대표 취임 뒤 처음 가진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곤란한 질문이 계속되자 이 대표는 “청문회하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이날 미국 언론의 한 기자는 “이 대표 측근 중에서 5명이 지금까지 사망했다. 이재명이라는 인물을 ‘위험 인물(dangerous man)’로 봐야 하느냐”고 물었다. 잠시 쓴웃음을 지은 이 대표는 “제 주변 분들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고, 수사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한 점에 대해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저는 그들의 사망에 대해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기소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보통 사람들은 평생 한 번 당할까 말까 한 압수 수색을 언론에 공표된 것만 해도 339번을 당했다. 결과는 아무런 물적 증거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저로서는 대한민국 법원을 믿고 법적 대응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외신 기자들의 수사 관련 질문에 곤혹스러운 기색을 보이며 “집안 문제는 가급적 집안에서 해결하는 게 좋은데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이후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데 대해 ‘정치적 기소라는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 대표는 “재판·기소에 대해선 아까 말한 것으로 대체하겠다. 특별히 더 드릴 말이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에서 나온 ‘제3자 변제안’ 해법에 대해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많아서 우리 국민이 매우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대선에서 집권한다면 ‘제3자 변제안’ 해법을 무효화할 것이냐는 물음에 “우리 정부의 일방적 제안이었고 쌍방 간 합의 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효화할 사안도 아니다”라며 “물잔 절반을 일본이 채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절반 채워 제시했는데 그 물잔은 엎어지고 말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 자신이 구상하는 해법은 무엇이냐는 물음엔 “즉답할 수 있을 정도의 답이 있었다면 이 문제가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기자가 ‘민주당에서 ‘독도를 일본에 바친다’는 식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선전전을 해서 친일 몰이라는, ‘광우병 시즌2′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묻자, 이 대표는 “독도를 일본에 바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하는데 그건 팩트 확인이 필요한 일 같다. 오히려 그런 것 자체가 괴담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온라인 게시판에는 민주당에서 실제로 내걸었던 ‘독도까지 바칠 텐가’라고 적힌 플래카드 사진이 여럿 올라와 있는 상태다.
이 대표는 미국 정보기관의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라면 신뢰에 기반한 한미 동맹을 훼손하는 매우 실망스러운 사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 정부가 발표한 것처럼 이게 사실이 아니고 문서 위조의 결과이기를 바란다”면서도 “객관적 상황들을 보면 실제로 도청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이라면 재발 방지와 미국 정부의 사과, 우리 정부의 도청 방지를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촉구하고자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지난 10일 언급한 ‘이번 사건을 과장하거나 왜곡해 동맹을 흔들려는 세력’이 민주당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엔 “설마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최초 보도한 미 언론을 그렇게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얼핏 든다”고 했다.
도청 의혹과 관련, 민주당에서는 연이틀 거친 말이 쏟아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우리 외교사에 더 이상 치욕을 남기지 말고 미국에 즉각적 항의와 재발 방지 대책을 공식 요청하라”고 했다.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한이 있더라도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