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04회 국회(임시회) 기획재정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뉴스1

국회가 도로·항만·공항·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기준을 현행 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2배 늘리는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안을 12일 소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이대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국 지역구마다 예타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1000억원 미만 각종 선심성 ‘표(票)퓰리즘’ 사업이 우후죽순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사건건 부딪쳤던 여야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재선을 위한 이해 관계에서만큼은 일치 단결했다”고 했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는 1000억원 미만의 도로·항만·철도·공항 등 SOC 사업 및 연구·개발(R&D) 사업은 추진단계에서 기재부의 예타 심사를 받지 않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관련 제도가 도입된 1999년 이후 예타 면제 기준이 대폭 상향된 것은 24년만에 처음이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만큼은 “해당 법안은 작년 11월부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상임위 소위에서 논의한 것으로 이날 처리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여야는 4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소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작년 12월에 여야가 잠정 의결했던 내용”이라며 “별 이의 없이 정부도 같이 동의해 통과됐다”고 했다.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 역시 ‘총선 표퓰리즘’ 지적에 대해 “전혀 그것과 관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타 면제 기준이 대폭 완화되고 총선용 선심성 토목 사업이 남발될 경우 최근 국세가 급감하는 상황 속에 국가 재정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국회 기재위에서는 국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준칙 도입’ 역시 연계 처리해 각종 선심성 사업에 따른 재정부담을 완화시킨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날 여야는 예타 면제 기준을 상향하는 법안만 통과시켰다. 류성걸 의원은 이에 대해 “재정준칙은 여야 공감대가 상당히 이뤄졌다고 생각했고, 다음 심사에서 의결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갑자기 미뤄진 것”이라고 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당장 53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현재 예타가 진행 중인 충남 서산 공항 같은 사업부터 수혜를 입어 당장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국 지역구 현역 의원들마다 각종 선심성 토목 사업 공약이 쏟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