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유신 반대 투쟁에 참여한 사람 등을 유공자로 지정하는 ‘민주 유공자 예우법’을 재추진하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다만 ‘운동권 자녀 셀프 특혜’ 논란이 일었던 ‘민주 유공자 대입 특별전형 신설’ ‘정부·공공기관 특별채용’ 등의 내용은 삭제하기로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기존에 발의한 민주 유공자 법안에서 ‘취업 지원’ ‘교육 지원’에 해당하는 내용을 삭제한 수정안을 준비 중”이라며 “국가보훈처와 협의해 오는 4월 임시회에서 정무위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이 이 법안에 찬성하고 있어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은 현행법에서 예우받는 4·19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뿐 아니라 유신 반대 투쟁, 6월 민주 항쟁, 부마 민주 항쟁 등에 참여한 사람들도 유공자로 인정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인원은 약 800명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2020년 이 법을 발의했지만, 유공자 자녀 대입 특별전형 신설과 정부·공공기관 취직 가산점제 등의 내용이 포함돼 “운동권이 특권 계급이냐” “운동권 자녀를 위한 음서 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론 반대에 번번이 법안 추진이 좌초되자 민주당이 이런 조항들을 삭제한 수정안을 다시 추진한다는 것이다. 수정안이 통과되면 이들은 의료비 일부와 저리 정부 대출 지원 등을 받게 된다. 우원식 의원은 “기존 국가유공자들이 받는 수당 등은 일절 받지 않고, 일부 지원과 유공자라는 이름만 얻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의원은 “다른 혜택은 필요 없고, 더 이상 빨갱이 소리 듣지 않도록 명예 회복만 해달라는 게 유족들의 바람”이라며 “정부·여당이 협조해줘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런 움직임은 야권 시민단체와 일부 민주화 운동 유가족들이 민주당을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부모들은 전날 국회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는 뭐 하느냐. 당론으로 당장 민주유공자법 국회 통과를 결정하라”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국민의힘이 반대해서 제정이 안 되고 있다는 의지 없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여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공자 지정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관계기관과 시민사회, 여론 등 다양한 검토를 거쳐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