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기준을 완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예타면제법)을 오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학계는 물론 정의당도 “기득권 동맹”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총선을 1년 앞두고 거대 양당이 밀어붙이기로 한 것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기재위 관계자들은 14일 “작년 12월 이미 여야가 잠정 합의한 만큼 17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이 상정,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예타면제법은 SOC 사업 추진 여부 등을 결정하는 예타 조사 면제 기준(총사업비)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으로 지난 12일 기재위 재정소위를 통과했다. 기재위 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통화에서 “최근 2~3년 사이에도 자재비 등 사업 원가가 올랐다”며 “지하철 공사만 해도 수조원대 사업인데 몇 백억짜리에 해당하는 사업이 얼마나 되겠냐”고 했다.
기재부는 지난 24년간 물가 상승을 고려해 예타 면제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정 건전성을 강조해 온 정부·여당이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예타 기준을 완화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여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한 예산 전문가는 “예타는 정부가 정치권의 무리한 지역 사업 요구를 막아내는 방패인데 총선을 앞둔 시점에 기준이 1000억원으로 완화되면 999억원짜리 사업 요구가 밀려들 것”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은 예타 완화와 함께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 준칙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야당이 반대하자 이를 5월 이후로 미루고 예타 기준부터 완화하려는 것이다. 기재위 국민의힘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통화에서 “재정 준칙 도입은 계속 논의 중이지만 야당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정부가 세금을 깎아주고 세수 추계를 잘못해서 문제지 재정 준칙이 없어서 적자가 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