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가 13일 자신의 리더십을 비판해온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黨)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홍 시장은 김재원 최고위원 제재,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당의 관계 설정 문제 등을 놓고 김 대표를 공개 비판해 왔다. 홍 시장은 이에 대해 “어이없는 당이 됐다”고 했다. 당대표와 차기 유력 대선주자의 이번 갈등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노선투쟁 성격도 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최근 우리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에서 벌이는 일부 인사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고 했다. 이후 비공개회의에서 김 대표가 홍 시장 상임고문 해촉에 대해 참석자들의 의견을 물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해촉은 당대표 권한이지만 참석자 중에서도 반대가 없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으로 활동하거나 현직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하시는 것이 그간 관례였는데 그에 맞춰 정상화한 것”이라고 했다. 홍 시장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인 지난해 10월 상임고문에 위촉됐다. 전직 국회의장, 당대표 등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상임고문 22명 가운데 현역 지자체장은 홍 시장이 유일하다.
해촉 사실이 보도되자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어이없는 당이 돼 가고 있다”고 했다. 오후에도 다시 글을 올려 “총선 승리를 위해 정국 전반에 대해 더 왕성하게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며 “나는 이 팀(김기현 대표 체제)이 아니라 어차피 내년에 살아남는 사람들과 함께 나머지 정치를 할 사람”이라고 했다. 김 대표를 겨냥, “옹졸한 정치는 이번으로 끝내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11년 홍 시장이 한나라당 대표였던 시절 대변인을 지냈다. 홍 시장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 안철수 의원을 ‘금수저’ ‘초딩’이라고 비판하며 김 대표를 측면 지원했다. 지자체장이 중앙 정치에 관여한다는 지적에 대해 홍 시장은 “상임고문으로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해왔다.
원팀으로 평가받던 두 사람의 관계는 ‘전광훈 논란’으로 틀어졌다.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민주화운동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의 우파 통일’ 발언이 논란이 되자 홍 시장은 김 최고위원의 제명을 주장했지만 곧바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체제 안정을 통해 차기 총선을 주도하려는 김 대표와 이번 기회에 극우라는 비판까지 받는 강성 지지 세력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홍 시장이 충돌한 것이다. 홍 시장은 이 과정에서 “무기력하게 줏대없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