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2021년 5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는 송영길 전 대표와 홍영표·우원식 의원의 ‘3파전’으로 치러졌다. 송 전 대표는 당시 대의원·권리당원 투표와 당원·국민 여론조사 합산 결과 득표율 35.60%로 1위에 올랐다. 2위를 한 홍영표 의원의 득표율 35.01%와는 불과 0.59%포인트 차이였다.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박빙 승부였던 것이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가 세 번째 당권 도전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親文·친문재인)계가 주류를 이뤘는데, 송 전 대표는 무계파를 자처했고, 친문계와는 대립하는 양상을 보였다. 송 전 대표는 고향인 호남 지역 대의원 지지세가 강했고, 수차례 도전을 거듭하면서 생긴 일종의 ‘동정론’까지 더해져 선거전 초반 ‘송영길 대세론’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친문계 지지를 받는 홍영표 의원이 거세게 추격하면서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이 계속됐다. 실제로 당대표에는 송 전 대표가 선출됐지만, 최고위원 5명에는 모두 친문 후보들이 당선됐다. 당 관계자는 “선거일이 며칠만 뒤였어도 뒤집혔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왔었다”고 했다.
이번 돈 살포 의혹 수사의 핵심 인물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은 당시 송영길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도왔다. 지난 12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 수색을 받은 윤관석 의원은 송 전 대표를 적극 도왔고, 전당대회 이후 당내 핵심 요직인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검찰이 확보한, 이 전 부총장의 돈 봉투 관련 통화 녹취록 중에는 주로 4월 말 시점에 녹음된 게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5월 2일)를 불과 열흘여 앞둔 시점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당대회 막판 대의원 표 확보 경쟁이 치열했는데, 아무래도 호남 대의원 표를 지켜야 하는 송영길 캠프가 더 필사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의원들을 일일이 찾아가서 만나고 밥 먹으면서 선거운동을 하는데 모든 비용을 사비(私費)로 감당하기는 어렵다”며 “돈 봉투가 실제 전달됐다면 그런 비용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