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음주 운전 가해자의 이름과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된다. 현행법은 강력 범죄·성범죄의 경우에 한해 범죄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8일 대전 시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60대 음주 운전자에 의해 배승아(9)양이 숨진 데 대해 국민적 분노가 커지자 정치권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음주 운전 사망 사고 시 운전자의 이름·얼굴·나이 등을 공개하는 이른바 ‘음주 살인 운전자 신상공개법’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하 의원이 마련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사망 사고를 유발한 음주 운전자와 10년 내 2회 이상 음주 운전이 적발된 상습 음주 운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음주 치사도 살인에 준하는 중대 범죄로 다뤄 음주 운전자에게 경종을 울리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이 법안엔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 부의장도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릴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 8일 음주 운전 사고로 숨진 배승아양의 친오빠 승준씨도 참석해 “순식간에 가족을 잃은 슬픔이 참혹할 뿐”이라며 “국회도 함께 힘을 모아 단 한 번의 음주 운전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힘써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같은 당 윤창현 의원도 이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주변 스쿨존에서 음주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람의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음주 교통사고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해 사회적 책임을 묻고 음주 운전은 그 자체로 살인 행위이자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게 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음주 운전 재범률은 44.6%에 이른다. 이 중 7회 이상의 상습 음주 운전 적발 건수는 2018년 866명에서 2021년 977명으로 약 12.81%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