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전주을 재선거에서 당선된 진보당 강성희 의원실에 경기동부연합 출신이 줄줄이 보좌관으로 채용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들은 통진당 당권파 소속으로, 이석기·이정희·김재연 전 의원의 보좌관을 했던 인물들이다. 진보당은 자신들이 내란 선동으로 강제 해산된 통진당 후신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강 의원이 국방·안보 기밀을 다루는 국방위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지만, 국민의힘은 ‘상임위 바꿔줄 의원이 없다’며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강 의원은 진보당 경기도당 용인시 지역위원장인 A씨와 진보당 정책기획위원을 지낸 B씨를 4급 보좌관으로 정식 등록했다. A씨는 민노당 부대변인 출신으로, 경기동부연합의 핵심으로 분류된다. 그는 2012년 통진당 폭력 사태 때 단상에 뛰어올라 폭력 사태의 책임을 비당권파에 돌려 논란이 됐었다. 19대 국회에선 김재연 전 의원의 수석보좌관으로 임명됐다. 주로 용인 지역에서 활동을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선 박근혜퇴진용인운동본부 공동대표를 지냈다. 이석기 전 의원 경기도구명위원회 공동대표도 맡았다.
B씨는 이정희·이석기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인물이다. 18대 국회에서 이정희 전 의원 수석보좌관을 하다, 그가 야권 단일 후보 경선에서 여론조사 조작 논란으로 총선 불출마를 한 뒤엔 19대 국회 비례대표로 들어온 이석기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임명돼 사실상 보좌를 승계했다. 민노당 시절 당 정책지원단 소속 정책연구원, 민중당에선 정책실장을 지냈다. 야권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인물”이라며 “이들이 국회에 다시 들어가는 것은 단순히 강 의원과의 친분 때문이 아니라 당 차원 지시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강 의원 역시 경기동부연합 출신이다.
진보당은 그동안 “당원 대다수가 진보당이 생애 첫 정당”이라며 통진당 후신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통진당 당권파 핵심인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이 강 의원과 함께 나란히 국회에 들어오면서 야권 일각에선 “과거 통진당 세력이 국회에 재진입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들 세력에게 국회 진입의 길을 터준 것은 민주당이다. 강 의원이 당선된 전주을 재선거는 민주당 출신 이상직 전 의원이 각종 비리로 의원직을 잃으면서 치러졌다. 민주당은 이런 책임으로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았고, 결국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통진당 계열 인사가 당선된 것이다. 이 지역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민주당 의원이 강 의원 선거를 도왔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강 의원은 국가 안보·기밀을 다루는 국방위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결원인 상임위는 국방위 한 곳뿐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는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강 의원이 국방위에 배치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안보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사석에서 “강 의원의 국방위 배정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심각한 일”이라는 의견을 낸다고 한다. 반면 민주당은 강 의원의 국방위 배정이 무엇이 문제냐는 입장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다른 의원이 대신 국방위로 가야 하는데, 정작 여당도 ‘강 의원 국방위행은 안 된다’고 말만 할 뿐 아무도 국방위에 손을 들지 않고 있다. 국방위는 전문 지식이 필요한 데다 지역 현안과 관련된 예산 사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비인기 상임위’로 통한다. 국회 관계자는 “새로운 상임위에 배치되면 의원뿐 아니라 보좌진 전체가 다시 공부를 해야 하는데, 누가 총선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옮기고 싶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