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을 함부로 늘릴 수 없도록 하는 ‘재정 준칙’ 제도를 살피겠다며 8박 10일간 유럽 출장을 떠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5명의 현지 공식 일정이 4개뿐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재정 준칙 논의는 2020년 10월 시작됐지만 지금껏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출장을 떠나면서 ‘외유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힘 소속 윤영석 국회 기재위원장, 양당 간사인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과 민주당 김주영 의원 등 5명은 지난 18일부터 27일까지 스페인·프랑스·독일로 해외 출장을 떠났다.

8박 10일간 이들의 현지 공식 일정은 스페인 국회(하원) 재정·공공기능위원장 면담, 프랑스의 한 민간은행장 면담, 프랑스 소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사무차장 면담, 독일 소재 ECB(유럽중앙은행) 총재 면담으로 나타났다. 그 외 비공식 일정은 한국 대사관이나 현지 주재 기업 관계자 등 한국인들과의 만찬 등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측은 “면담 일정을 더 많이 잡고 싶었지만 현지 정부와의 조율에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기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 30개월간 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재정 준칙은 법제화하지 않다가, 최근 내년 총선을 대비해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를 쉽게 하도록 하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기준 완화 법안만 소위에서 처리한 뒤 해외 출장길에 올라 외유 비판이 나왔다. 세금 쓰는 법안에만 여야 합의를 해놓고 세금 절약 제도를 배운다며 유럽 여행을 갔다는 것이다.

국회에는 재정 준칙 법안 제안 후 30개월간 수많은 검토 보고서가 제출됐고, 기재위는 지난달에도 재정 준칙 도입에 관한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에 국회 기재위 측은 “꼭 재정 준칙만 보러 유럽 출장을 간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번 출장길에 오른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과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작년 10월에도 기재위 소속 다른 여야 의원 4명과 함께 경제 협력 성과를 보겠다며 예산 4500만원을 들여 4박 6일간 캄보디아와 베트남 출장을 다녀왔다. 현지 한국 기업을 방문하고 대사관 관계자들과 식사하는 일정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일정은 8박 10일로 더 길고 물가가 비싼 유럽이란 점을 감안하면 사후 정산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용이 최대 1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