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6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통과를 위해 민주당을 꼼수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복당시켰다. 꼼수 탈당을 통한 입법 과정이 위법하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복당 결정을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으로 정치권의 눈이 외부로 쏠린 순간을 일부러 택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민 의원의 위장 탈당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다 부동산 투기 의혹과 허위 재산 신고로 제명됐던 김홍걸 의원의 복당 절차도 밟고 있다. 당내에서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위기의식은커녕 제 식구 감싸기에 바쁘다”는 말이 나왔다. 민 의원에 이어 김 의원까지 복당하면 민주당의 의석수는 169석에서 171석으로 늘어난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 의원의 복당을 의결했다. 민 의원이 작년 4월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여야 동수로 구성되어야 하는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를 위해 탈당한 지 1년 만이다. 헌재는 지난달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에서 민 의원이 무소속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참여해 법을 통과시킨 과정은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유례없는 집권 세력의 몽니에 민 의원은 불가피하게 자신의 소신에 따라 탈당이라는 대의적 결단으로 입법에 동참했다”며 “이제는 국민과 당원께 양해를 구하고 민 의원을 복당시키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고 했다. 국민의힘 때문에 민 의원의 위장 탈당과 안건조정위 무력화 과정은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민 의원 본인 요구에 의한 복당 심사가 아닌, 당의 요구에 따른 ‘특별 복당’의 형식을 취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자진 복당은 총선 공천 심사에서 감점 요인인데, 민 의원에게 이런 불이익을 면해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민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간다. 응원해주셔서 고맙다”라며 “주권자 시민의 뜻을 더욱 잘 받들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이런 결정은 박홍근 원내대표의 임기 종료를 이틀 앞둔 상황에서 이뤄졌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검수완박법 강행 통과를 리드한 만큼, 임기 내 결자해지 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정치권과 여론의 관심이 쏠린 시점을 택해 기습 군사작전을 하듯이 복당 결정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꼼수 탈당, 참 부끄러운 짓인데 복당이라니 기가 막힐 일”이라며 “의회주의와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 형해화시켰음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복당 결정을 했다니 깊은 무력감에 빠져든다”고 했다. 그는 “돈 봉투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추악한 오물 뒤집어 쓴 느낌”이라며 “제가 비정상인가. 그야말로 혼돈”이라고 했다. 이동학 전 청년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최악의 타이밍에 복당 요청 허용(을 했고), 초유의 사태에도 적극 조치가 없다”며 “중단된 당 혁신을 국민이 지켜본다”고 했다. 민 의원 지역구인 광주 광산구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광산시민연대는 “민주당의 행위는 반헌법 행위”라고 했다.
민주당 최고위는 이날 부동산 투기와 재산 허위 신고 논란으로 제명됐던 김홍걸(비례대표) 의원 복당도 의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막내아들인 김 의원은 지난 2020년 9월 다주택 문제와 재산 허위 신고를 비롯한 재산 형성 의혹이 제기돼 이낙연 지도부에서 제명됐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서울 동교동 사저 외에도 서울 강남 아파트 2채를 보유했었는데, 10억대 부동산과 아파트 임대보증금을 누락하는 등 재산을 축소한 혐의를 받았다. 특히 일평생 직업을 가지지 않았던 김 의원이 수십억대 자산을 가진 것을 두고 재산 형성 논란도 일었다.
김 의원 복당 의결에 대해 박성준 대변인은 “(복당을 문제 삼을) 특별한 하자가 없다고 봐서 복당을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한 야권 인사는 “김 전 대통령의 막내아들인 김 의원을 모른 척할 수 없었던 것 아니겠느냐”며 “민주당 특유의 동지 의식이 발현된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 의원은 민 의원과 달리 탈당이 아닌 제명 처분을 받은 것이라, 당무위 의결을 거쳐 복당이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