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박광온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된 뒤, 민주당 청원 게시판에는 박 원내대표의 탄핵과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이 2건 올라왔다. 30일까지 이틀 동안 2200명 넘게 ‘동의’했다. 박 원내대표가 당 소속 의원들 선거에선 후보 4명 가운데 과반 득표하며 결선투표도 없이 압도적으로 당선됐지만, 일부 당원은 “당원이 원하는 원내대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탄핵·사퇴 청원을 올린 이들은 박 원내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와 가깝고, 지난 대선 때는 이재명 캠프의 공보단장을 맡았지만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퇴 청원자는 “박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를 공격하며 사퇴시킬 계획을 짜고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이 친(親)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박 원내대표를 비토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사퇴 청원을 독려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민주당 홈페이지의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박 원내대표를 향한 날 선 반응이 쏟아졌다. 당원들은 “박광온은 이낙연과 더불어 영구 제명 대상” “박광온이 당선되니 똥파리들은 축제 분위기” “박광온을 비롯한 수박들이 이 대표를 총선 전에 몰아내려 하면 우리 당원들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똥파리와 수박은 주로 이 대표 지지자들이 비명(비이재명) 인사와 당원을 비하할 때 쓰는 용어다.
이재명 대표는 30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 원내대표의 손을 잡고 전진하겠다. 우리 안의 차이가 아무리 큰들 상대만큼 크지 않다”며 “합리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지만 생각이 다르다고 모멸감을 주고 의사 표현을 억압하면 적대감만 쌓인다”고 했다. “품격 있는 민주당 문화를 앞장서서 지키겠다”고도 했다. 당내에선 개딸들의 박 원내대표 공격이 계속되자 이 대표가 직접 자제를 요청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의원들도 “박 원내대표가 이 대표와 충돌할 가능성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중진 의원은 “비명계인 박 원내대표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한 건 친명계가 장악한 당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의미가 있다”면서도 “박 원내대표 성품상 이 대표와 갈등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