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한 기간 KBS1 라디오 프로그램 5곳에 나온 출연진 중 야권 성향 인사가 여권 성향 인사보다 7배가 많다는 분석이 1일 나왔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방송된 한 프로그램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재인 정부 시절 국립외교원장 등 야권 패널만 출연시켜 “남은 (방미) 일정은 기대할 것도 없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에서는 “KBS의 편파성이 도를 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 공정미디어위원회가 이날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KBS방송인연합회 분석을 인용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인 4월 24~28일 KBS1 라디오 프로그램 5곳의 출연자 131명(중복 출연 포함) 중 80명(61%)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야당 의원과 야당 성향 언론인 등이었다. 정부나 여당 측 인사는 11명으로 8%였다. 40명은 중립으로 평가됐다.

사진=유튜브캡처
사진=유튜브캡처

분석 대상이 된 프로그램은 ‘최경영의 최강시사’ ‘신성원의 뉴스브런치’ ‘최영일의 시사본부’ ‘주진우 라이브’ ‘김성완의 시사야’다. 국민의힘 공정미디어위는 “최경영씨는 전 뉴스타파 기자, 신성원씨는 민주노총 소속 아나운서, 최영일씨는 진보 성향 유튜브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박시영’의 관계자, 주진우씨는 ‘나는 꼼수다’ 전 멤버, 김성완씨는 전 미디어오늘 기자”라고 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지금 KBS 라디오는 미디어오늘과 오마이뉴스가 없으면 방송을 못 하는 지경”이라며 “KBS1 라디오에는 최소 하루 4번 이상 미디어오늘 전·현직 기자들이 출연하고 있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의 최대 주주는 민노총 소속 언론노조다.

아침 출근 시간대에 방송되는 ‘최경영의 최강시사’에는 이 기간 매일 6~8명의 패널이 출연했다. 이 중 야권 성향으로 분류된 인사는 22명, 친여 성향으로 분류한 인사는 6명이었다. 고정패널로 각각 기자와 시사평론가로 소개되는 민동기, 김민하씨는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등 야권 성향 미디어 전문 매체에서 활동했다.

퇴근길 방송되는 ‘주진우 라이브’는 지난 27일 윤 대통령의 방미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하지만 이날 출연진은 민주당 박범계 의원, 문재인 정부 시절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교수였다. 김준형 전 원장은 “한미 정상회담은 반 잔도 아닌 빈 잔”이라고 했고, 박범계 의원은 “한미 정상회담에 경제와 민생 빠졌다”고 비판했다. 일본 반응을 듣기 위해 전화 인터뷰를 한 이영채 일본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일본 언론은 워싱턴 선언에 대해) 구체적 진전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다음 날도 1명을 빼놓고는 모두 야권 성향 인사가 패널로 출연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을 수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제 맘에 안 드는 장관의 취임을 막기 위해, 그 자녀들이 받은 표창장, 장학금, 체험 활동 증명서 등까지 잔인하게 트집 잡아 일가에 멸문지화를 안겼다”고 한 바 있다. 전씨는 이날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것을 언급하며 “굉장히 쇼킹하고 센세이셔널한 현상이긴 한데 그게 한국 외교사에 어떤 기록으로 남을지는 봐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미국 등 해외 언론과는 다른 평가였다. ‘역사 스토리텔러’로 소개된 썬킴씨는 “굳이 영어 연설을 할 필요가 있었나,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공식 석상에서 영어를 하는 건 우리 자존심이 상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매일 2~6명이 출연하는 ‘최영일의 시사본부’나 ‘김성완의 시사야’의 경우 이 기간 보수 성향 인사는 1명도 출연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등은 “‘신성원의 뉴스브런치’는 정치적 사안을 주로 다룬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야당 친화적 견해를 주로 제시하는 인사가 6명, 우파나 정부·여당 친화적 견해를 제시하는 출연자는 1명만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 프로그램들엔 ‘나는 꼼수다’ 출신 김용민씨가 창립을 주도한 매체인 ‘국민TV’ 출신 인사들이 ‘뉴스 캐스터’ ‘시사 평론가’ 등의 직함으로 다수 출연하고 있다.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공영 방송은 국가적 이슈에 대해 심층적인 해설과 평가를 제공하고 다양한 의견들을 균형 있게 보도해야 한다”며 “국가 기관인 공영 방송의 기본 책무를 저버린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