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원내대표 체제가 꾸려지면서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대표 사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 평가가 높아지는 가운데 민주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원인이 이 대표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2일 본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내용에 모든 함의가 담겨 있다고 본다”며 “압도적으로 총선에서 패배할 것 같다고 생각을 한다면 언제든지 그만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총선을 지휘하며 ‘대선 라운드 2′ 형태로 총선을 치르는 게 가장 편한 상황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다만 저쪽이 제대로 못하다 보니 이 대표가 물러날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박광온 후보를 원내대표로 선택한 것은 총선 승리를 위한 성역이 없는 쇄신을 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표도 당 쇄신 과정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본지 전화 통화에서 “(이 대표) 본인의 문제는 본인의 문제이고 (돈 봉투 의혹이라는) 당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 책임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공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도덕적·정치적 기준이 있는데, 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니까 방탄 논란도 벌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뒤 의원총회에 참석해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에도 사퇴 가능성을 내비친 발언이라는 말이 나왔다. 새 원내대표 선출 직후 비명계가 이 대표의 발언을 다시 소환하고 있지만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 대표 사퇴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표 발언에 대해 “거기에 대해서는 굳이 해석하지 말자. 해석을 하면 시각이 개입하고 뜻하지 않은 오해가 생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