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3일 탈당했다. 윤·이 의원은 2021년 전당대회 당시 300만원씩 넣은 돈 봉투 수십 개를 만들어 다른 의원들에게 뿌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두 의원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버텼지만 당 안팎에서 “이러다 다 같이 죽는다”는 압박이 쏟아지자 결국 탈당했다. 형식은 자진 탈당이지만 사실상 ‘출당’으로 해석됐다.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당 지도부의 미흡한 사건 대처에 대한 비판과 성토가 쏟아졌다. 특히 윤·이 두 의원은 탈당했지만, 검찰 수사를 받는 이 대표는 여전히 대표 자리에 있다는 점을 들어 “이 대표 본인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강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 아니냐, 기소된 의원의 출당 원칙과 기준이 뭐냐”는 지적도 나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윤·이 의원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 회의와 의원총회에서 탈당 의사를 밝힌 뒤 탈당계를 제출했다. 윤 의원은 “여러 가지 할 말은 많지만 조사 과정에 성실히 임해 이 문제를 밝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도 “결국 검찰 정치 공세의 한 부분”이라며 “법적 투쟁으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둘 다 검찰의 정치 수사, 야당 탄압이라며 잠시만 당을 떠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혹을 털고 복귀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 회의 때 두 의원의 탈당에 대해 “아쉽고 안타깝다. 끝까지 같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두 의원은 지난달 처음 의혹이 불거졌을 때만 하더라도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탈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돈 봉투 녹취록이 줄줄이 공개되고 같은 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결단하지 않으면 당 전체가 수렁에 빠진다”는 비판이 나오자 결국 떠밀려 탈당한 것이다.
돈 봉투 의혹 중심에 있던 송영길 전 대표에 이어 윤·이 의원도 탈당하자 민주당은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잠시 숨만 돌렸을 뿐 불씨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돈 봉투 줬다는 의원들은 탈당했지만 돈 봉투 받았다는 의원들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나서서 돈 받은 의원들이 자복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앞으로 검찰에서 현역 의원 이름이 줄줄 나올 텐데 그때마다 탈당시킬 거냐. 당 지도부가 무능하고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했다.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비판이 들끓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비공개 의총에서 의원 25명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재명 대표가 듣고 있는 가운데 “사건 초반 당 지도부는 도대체 무얼 했느냐” “탈당했다고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진상조사는 대체 왜 안 하느냐” “내년 총선까지 나쁜 영향을 줄 것” 등의 비판이 나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지도부가 사건이 불거진 초반 사실상 손을 놓고 방관하면서 윤·이 의원의 탈당이 너무 늦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든 사건에서 동일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면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겨냥한 비판 발언도 이어졌다고 한다.
민주당은 앞으로 이번 사건 수습을 위한 ‘쇄신 의총’을 열기로 했는데, 의총 대신 1박 2일 워크숍 형태로 끝장 토론을 벌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의혹 당사자 전부 쳐내겠다는 과감한 결단부터 하지 않으면 ‘시간 끌기용’으로밖에 안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윤·이 의원 탈당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돌연 “우리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 녹취 문제는 어떻게 돼 가나. 명백한 범죄 혐의로 보여지던데”라고 되물었다. 이 대표는 이전에도 돈 봉투 의혹에 대해 물으면 “김현아 (전)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요?” “박순자 (전) 의원 수사는 어떻게 되는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동문서답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