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견제’ 여론이 ‘정부 지원론’보다 월등히 높은데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대폭 하락, 국민의힘에 역전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5일 나왔다.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민주당을 대안으로 여기지 않는 국민들이 계속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길어지면서 ‘전당대회 돈 봉투’ 사태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중도층 이탈을 불러온 것으로 분석됐다. 민주당 내에서는 ‘결국 이 대표가 거취를 결단하는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5%포인트 하락한 32%, 국민의힘은 3%포인트 오른 35%였다. 갤럽 조사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뒤진 것은 7주 만에 처음이다.
한 당직자는 “지지율 하락은 이제부터 시작일지 모른다”고 했다. 실제 당 핵심 지지 기반인 40대와 수도권에서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40대 지지율은 지난주 58%에서 36%로 22%포인트 폭락했다. 서울은 33%에서 28%, 인천·경기는 40%에서 34%로 떨어졌다. 호남 역시 62%에서 51%로 하락했다.
특히 민주당은 높은 정권 견제론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답변은 49%,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7%였다. 민주당 지지율이 ‘정권 견제론’보다 17%포인트가 낮은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이재명 대표 본인이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으니 돈 봉투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그 대가를 지금 당 전체가 치르고 있다”고 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대로 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며 “이 대표 사퇴론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 최근 비이재명계 박광온 원내대표 선출 후 처음 열린 의원총회는 ‘이재명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대표는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뭘 했느냐’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문제다’ 식의 실명 비판이 이 대표 면전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 대표 사퇴 이후의 비대위나 권한대행 체제 얘기도 공공연하게 떠돈다. 이 대표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 외교 정책 등을 공격하며 반전을 시도하는 데 대해서도 당내에선 “지지율이 모든 걸 말한다”는 반응이다. 서울대 한규섭 교수는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도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제1 야당조차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된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 대표 체제가 유지될 경우 중도층 이탈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34%로 지난주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갤럽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중도층 성향은 주로 민주당으로 보이지만, 현재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력은 국민의힘보다 약하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야권 성향 중도층이 총선의 판도를 바꿀 정도로 많아도 당이 이런 식이라면 선거 당일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란 얘기”라고 했다. 정치컨설팅 ‘민’ 박성민 대표는 “지지율 낙폭을 볼 때 중도층뿐 아니라 핵심 지지층까지 돌아서는 국면”이라며 “당 지지층 전반에 총체적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33%, 부정 평가는 57%로 나타났다. 미국 국빈 방미 등 외교 효과로 지난주보다 3%포인트 올라 3주 연속 30%대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