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이 야당 및 2030 인사를 불러 ‘쓴소리’ 듣기에 나섰다. 지지율 하락·정체의 위기감 속에 중도·외연 확장에 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김재원·태영호 두 최고위원의 설화 관련 윤리위 징계가 마무리 되는 대로 본격적인 정책 행보에 나서며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 친윤계 공부모임 ‘국민공감’은 9일 오전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을 초청해 ‘한국정치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특강을 열었다. 이날로 8회째인 모임에서 야권 인사가 강연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공감 기획간사 박수영 의원은 “욕먹을 각오로 쓴소리를 부탁드렸다”고 했다. 강연에는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규 사무총장과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유 전 총장은 강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형사 피의자라도 한번 만났어야 한다”며 “공천 문제는 당 지도부가 나서서 할 게 아니라 모든 걸 경선에 맡기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또 “국민들이 여당에 바라는 것은 실력”이라며 “국민의힘이 유능한 정당, 실력 있는 정당,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모임에 참가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생각보다 쓴소리가 약해 오히려 섭섭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행사를 통해 당내에 위기감을 불어넣으려 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어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윤석열 정부 1주년 시리즈 세미나’를 열고 MZ세대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부의장인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을 초청해 윤 정부의 노동 개혁에 대해 토론했다. 송 위원장은 근로시간 유연화와 관련, “정부 취지와 다르게 부작용이 심할 것”이라며 “누구나 편안하게 장기 휴가, 한달 살기가 가능할 것처럼 말하는 정부 설명은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저희는 더 이상 남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며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드는 게 실력이고 국민의힘은 실력으로 국민에게 다가가겠다”고 했다.
당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터져 나왔다. 5선 서병수 의원은 “정권 교체 1년을 이리도 어수선하게 맞다니 참담하다. 분통이 터진다”며 “국민께 윤 정부가 개혁을 이뤄내리라는 믿음을 드리지 못했다. 집권당이 되었거늘 국민께 폐만 끼치고 있다”고 했다.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최대한 겸손하고 성실하게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자세로 새로운 1년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가 끝나고 분위기가 업됐을 때 냉정하게 당의 미래를 고민하는 분위기를 잡는 것도 대표의 역할인데 그러지 못했다”며 “(윤석열 정부도) 말만 잘 듣는 사람만 중용하지 말고 최고 인재들을 등용하고 내로남불을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당 지도부는 전·현직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는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의 경우 윤리위 징계로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들의 설화 논란을 차단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후 본격 정책 행보에 나서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윤리위 정국이 수습되는 대로 정책 행보와 함께 정치 혁신 과제를 계속 던지며 중도·외연 확장에서 승부를 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