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10일 같은 당 홍준표 대구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정부·여당을 비판한 데 대해 “밖에 나가 집안 흉이나 보는 마음 꼬인 시아버지 같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 정권은 정치를 모르고, 김기현 대표는 옹졸하다’고 해서 으레 야당 대변인의 비판 성명이려니 했는데, 우리 당 소속 홍준표 대구 시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니 차마 믿어지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더욱이 이재명 대표를 만나서 주고받은 얘기라니,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럽다”고 한 이 의원은 “홍 시장께서는 이재명 대표가 그렇게 정치를 잘 알고, 태평양처럼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고 믿고 계시지는 않을 텐데”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 날, 덕담은 못할 망정 보기 딱하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결국 정치를 잘 아시는 홍 시장께서 이재명 대표에게 이용만 당한 꼴”이라고도 했다. 정치권에선 “홍 시장과 이 대표가 서로를 아주 효과적으로 이용한 자리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홍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만나지 않는 제1 야당 수장인 이 대표를 만남으로써 자신의 정치 지도자적 면모를 드러냈고, 이 대표 역시 자신의 출신지(경북 안동)와 가까운 지역에서 이념 성향이 대척점에 있는 홍 시장을 만남으로써 ‘누구와도 소통이 되는 야당 대표’ 이미지를 획득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대구시장실에서 이뤄진 이 대표와 홍 시장 만남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처음부터 끝까지 취재진에 공개됐다. 정치권에서 100% 공개 회동은 양측의 의도와 목적이 일치하지 않으면 쉽게 성사되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 홍 시장은 작심한 듯 최근 국민의힘 상황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표가 웃으며 “시장님께서 국민의힘 원로이니 중앙당에도 말씀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하자 “이야기는 하는데 (김기현) 당대표가 옹졸해서 말을 잘 안 들어요”라고 했다.
이 대표가 거듭 웃으며 “제가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다”고 하자 홍 시장은 “당 대표가 옹졸해서 상임고문도 해촉한다”며 “아무튼 대구 시정에만 집중하려 한다”고 했다. 홍 시장은 “윤석열 정권에 대부분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있다”고 했고 이 대표는 “제가 남의 당 이야기를 대놓고 하기가 (그렇다)”고 답했다.
홍 시장은 “민주당은 현안 처리하는 게 속도감도 있고 아주 빠르다”고 했다. 최근 돈 봉투 사태 등 민주당 악재에 대해서도 홍 시장은 “문제 되는 사람들, 민주당은 즉각 즉각 탈당해서 당의 부담을 덜잖아요. 그런데 우리 당은 사람들이 욕심만 가득 차서, 당이야 어찌 되든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최근 여야의 극한 대립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홍 시장은 “최근 정치에서 막후 조정하는 사람이 사라졌다. 민주당도 없고 우리 당도 없다”며 “그렇게 하다 보니 타협이 안되는 정치가 돼 버렸다”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시장님 말처럼 합리적 선의의 경쟁이 정치의 본질인데 대화하고 타협하는 게 아니라 정쟁을 넘어서 전쟁의 길로 접어드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홍 시장은 “지금은 적과 동지밖에 없다”고 했고 이 대표도 “점점 그렇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홍 시장은 이 대표와 신공항, 고속철도, 국토균형개발 등 현안과 관련, “민주당이 많이 협조해주시기 바란다” 등 덕담을 건넸다. 면담이 끝날 즈음 홍 시장은 이날 이 대표의 일정을 감안한 듯 “이제 문재인 전 대통령 만나러 가시죠”라고 했다. 이 대표는 “시장님 만나러 왔습니다”라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