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 사이트 대표와 임직원에게도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을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 등 포털 관련 법안 처리를 중점적으로 추진하라고 당에 지시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론 조작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전날 본지에 “포털 사이트 등 온라인상에서 각종 여론 조작이나 정치 공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전날 국민의힘 원내대책 회의에서도 “(네이버 뉴스는) 알고리즘이 아닌 ‘속이고리즘’”(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제 네이버는 더 이상 방치해둘 수 없는 ‘괴물’이 돼 가고 있다”(이철규 사무총장)는 등의 발언이 나왔다.
이와 관련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지난 2020년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 사이트 대표와 임직원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청탁금지법 개정안을 이미 발의해 놓았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에 계류 중이다. 80% 이상의 뉴스가 포털 사이트에서 소비되는 상황에서,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 관계자들도 외부 청탁을 받지 못하게 법으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여론 조작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정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은 2020년 김기현 대표가 직접 발의했다. 정보통신망법에 여론 조작에 대한 명확한 처벌 조항이 없어 이를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추천 수 등을 조작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했다. 과거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선 형법상 업무 방해죄가 적용돼 처벌받았다.
이 외에 포털 사이트 등을 이용하는 사람 IP 주소지의 국적 등을 표시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추진하겠다고 국민의힘은 밝혔다. 북한 등이 해외에 IP 주소지를 두고 국내 현안·이슈에 대한 여론 조작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기울어진 포털 사이트, 방송·라디오 등에 대한 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은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