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취업 후 상환하는 학자금 대출에 무이자 혜택을 주는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했다. 지난달 야당 단독으로 안건조정위에서 의결한 법안을 야당 단독으로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것이다. 국민의힘은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법안대로라면 1년에 1억원대 소득 가구도 학자금 무이자 대출을 받게 된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 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민의힘 교육위 의원들은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해 회의에 불참했다. /뉴스1

교육위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을 상정해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학자금을 대출받은 대학·대학생은 취업 뒤 소득이 생길 때부터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데, 개정안은 취업 전까지 소득이 없을 때 발생하는 이자를 면제해주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또 이 법안은 취업 후라도 육아휴직·실직·폐업 등으로 소득이 사라진 기간에 생긴 이자도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반대토론에 나선 교육위 간사 이태규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이날 교육위 회의에 불참했다. 단독 강행 처리에 항의한 것이다. 이 의원은 “1.7%의 이자를 중산층 가구 청년들까지 면제해주자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다면 어렵고 가난한 계층에 먼저, 그리고 더 많이 분배해서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사회적 형평성과 정의에 더 맞다. 이 법안의 강행 처리를 보류하고 여당과 더 진지하게 협의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반대토론을 마치고 표결 직전 퇴장했다.

기획재정부는 이 법안대로 미취업 기간 학자금 이자까지 면제할 경우 향후 10년간 약 8650억원의 재정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추계했다. 민주당 교육위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그간 민주당은 여당과 합의 처리하기 위해서 노력했다”며 “학자금 대출 이자 1.7%를 면제해 주면 한 달에 만 원 정도 혜택이 생기는데, 만원 이자 지원이 과연 포퓰리즘인가”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는 “한달 이자 만원을 지원해주려고 야당이 이 법안을 강행 처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나왔다.

국회법 57조의 2에 따라 안건조정위에서 의결된 법안은 30일 이내에 상임위 전체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이 법안은 지난달 17일 당시 무소속이었던 민형배 의원(현 민주당)이 참여한 교육위 안건조정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상임위를 통과시킨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의 적용 대상은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ICL·Income Contingent Loan) 이용자다. ICL은 가계 소득이 기준 중위 소득 200% 이하인 학생은 모두 받을 수 있는데, 지난해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인정액 1024만원 이하에 해당한다. 즉 가구 소득이 1년에 1억원 이상이어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ICL은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다자녀 가구의 자녀를 대상으로 이자를 면제하고 있는데, 이를 대폭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 법안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강력하게 주장해온 ‘민생’ 법안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지난달 22일 “수십조 원 초부자 감세는 되고, 대학생 이자 감면은 안 되느냐. 미국은 원금까지 탕감해 준다”며 “대학생 학자금 이자 감면, 일방 처리해서라도 꼭 관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