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을 함부로 늘릴 수 없도록 하는 ‘재정준칙’ 제도를 보고 온다며 유럽으로 10일간 출장을 다녀왔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15일 귀국 후 처음 개최한 법안 심사 회의에서 정작 재정준칙을 맨 마지막에 배치했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 재정준칙은 논의되지도 못했다. 대신 기재위는 여당에서 ‘운동권 퍼주기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이날 가장 먼저 논의했다.
국회 기재위는 이날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52개 법안을 심사 안건으로 올렸다. 이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되 국가채무 비율이 GDP의 60%를 초과하면 적자 폭을 2% 내로 유지하는 재정준칙 도입 법안은 의사 일정 맨 마지막에 배치됐다. 그렇다 보니 앞선 다른 법안 심사들에 밀려 재정준칙 도입과 관련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소위에서 논의되지 못했다.
여야는 16일 소위에서 재정준칙 법안을 재논의한다는 방침이지만 심사 법안들이 많아 이날 논의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 소위 과반을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은 ‘확장 재정’을 주장하며 재정준칙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기재위 관계자는 “재정준칙 법안에 대한 여야 온도 차가 극명해 관련 법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10월 재정준칙 논의가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30개월 넘게 국회에서 표류 중인 것이다.
이 때문에 유럽의 재정준칙을 공부하겠다며 최근 출장을 다녀온 여야 기재위 의원들이 사실상 세금으로 해외 여행만 하고 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윤영석 기재위원장과 경제재정소위의 민주당 신동근·김주영 의원, 국민의힘 류성걸·송언석 의원 등 5명은 지난달 18일부터 27일까지 스페인·프랑스·독일로 8박 10일 출장을 다녀왔다. 특히 이들은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재정준칙은 법제화하지 않다가, 내년 총선을 대비해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를 쉽게 하도록 하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기준 완화 법안만 소위에서 처리한 뒤 해외 출장길에 올라 외유 비판이 나왔다.
대신 이날 소위는 사회적 기업과 마을 기업, 생활협동조합 등에 대해 국공유지·국유재산 임대, 별도 기금 설립 등 최대 연 7조원의 세금을 지원하는 사회적 경제 기본 법안들만 의사 일정 1번으로 논의했다. 그간 국민의힘은 주로 운동권 출신들이 사회적 경제 단체에 진출해 있다는 점을 들어 민주당이 추진해 온 해당 법안들을 ‘운동권 지원법’이라며 반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