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는 28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6월 1일 오전 11시 30분 긴급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박찬진 사무총장, 송봉섭 사무차장의 면직안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선관위 관계자는 “두 사람에 대한 징계성 면직이 아니라 의원면직(본인 의사에 따른 면직)”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지난 25일 사무총장·차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을 때 선관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사퇴와 상관없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징계 또는 수사 요청 등 합당한 모든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징계 절차 없이 ‘명예 퇴진’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다.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은 내부 감사·내부 조사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국가공무원이 임의로 의원면직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는 이 같은 비위사건 처리규정의 예외 기관으로 되어 있다. 선관위는 이 같은 ‘특권’을 십분 활용, 자녀 채용 특혜 의혹 내부 조사 도중에 총장과 차장이 그만둘 수 있도록 조치했다.
공무원이 중징계를 받지 않고 사퇴하면 공무원 연금 삭감을 피할 수 있다. 해임은 공무원 연금의 25%, 파면은 50%가 감액된다. 징계 없이 그만둔다면 공무원 연금을 온전히 챙겨 갈 수 있는 것이다. 또 해임은 3년간, 파면은 5년간 공직 재임용이 제한된다. 박 사무총장, 송 사무차장이 의원 면직된다면 이 같은 재임용 제재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여권 관계자는 “선관위 행태는 코인 진상 조사를 앞두고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코인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결백을 주장했지만 당 징계, 코인 거래 내역 공개가 목전에 다가오자 전격적으로 탈당계를 제출했다.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는 “대(對)국민 눈속임이라는 점에서 김남국 의원의 ‘방탄 탈당’과 선관위 ‘방탄 면직’은 닮은 구석이 있다”고 비판했다.
박 사무총장 딸은 광주 남구청에서 근무하다가 작년 1월 선관위에 채용됐다. 당시 선관위 사무차장으로 재직하던 박 총장은 딸의 채용을 승인한 최종 결재권자였다. 송 사무차장 딸은 2018년 충남 보령시에서 근무하다가 선관위에 채용됐다. 송 차장 딸은 선관위 직원으로 구성된 면접위원 3명 모두로부터 만점을 받았다.
선관위는 자녀 채용 특혜 의혹이 연달아 불거지자 5급 이상 직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박 사무총장, 송 사무차장의 의원면직 이전에 자체 조사가 종결될지는 미지수다. 선관위 측도 “특별감사위원회가 대략 이달 말까지 결과 발표를 목표로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