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9일 ‘시민사회 선진화 특별위원회’(시민사회특위)를 출범시켰다. 정부 지원금을 받는 시민단체가 활동가들의 돈벌이 수단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자 당 차원에서 시민단체 회계 투명성 등을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을 비롯해 위원 중에는 좌파 단체 출신과 학생·시민운동을 했던 인사들도 포함됐다. 특위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피해자와 11년 전 맺은 약정을 근거로 판결금의 20%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에 대한 국고 지원을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출범했다. 조만간 정부로부터 시민단체 국고보조금 지급 내역을 보고받고 시민사회 간담회도 개최한다.

하태경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시민사회가 감시해야 할 새로운 영역이 계속 나오는데 87년 민주화 운동 세대가 만든 일부 시민단체는 올드(old)하고, 사회의 신(新)기득권이 됐다”고 했다. 하 의원은 서울대 물리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0년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간부를 지낸 운동권 출신이다. 학생운동을 하다가 두 차례 투옥됐다. 중국 유학 중 탈북자들과 인터뷰하면서 북한 체제에 환멸을 느끼고 북한 인권가로 활동하다 2012년 국회에 입성해 3선 의원이 됐다.

하 의원은 “박원순 시장 사건엔 침묵하면서 정부 지원을 받는 여성 단체, 가짜 뉴스와 괴담을 만드는 환경 단체처럼 정치 편향이 심한 단체는 정부 지원금을 주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고, 그간 견제받지 않던 영역을 감시할 시민단체를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는 하 의원 권유로 특위에 합류했다. 서울대 주사파 운동권 출신으로 이적(利敵) 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10년간 지냈다. 국가보안법으로 수감됐었고, 통일연대 사무처장으로 일했다. 하지만 주사파의 NL(민족해방) 운동에 회의를 느끼고 2009년 NL을 비롯한 운동권을 비판하는 책을 냈다. 정치와 거리를 두며 학원을 운영했고, 현재는 중도 성향 시민단체인 대안연대 대표를 맡고 있다.

민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시민사회가 공론의 장을 만들고 자정 역할을 하기보다는 가짜 뉴스를 유포하고 확대·재생산해서 진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시민사회가 황폐해졌다”고 했다. 그는 “참여연대를 좋아했지만 한쪽 진영에 완전히 서버리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민 대표는 “우파 시민단체 가운데도 좌파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폭력적인 경우도 있다”며 “시민사회에 대해 좌든 우든 공명정대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박원순 저격수’로 불리는 김소양 전 서울시의원도 위원으로 합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때인 2018년 서울시의원에 당선된 그는 서울시의 시민단체 지원 내역을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시민단체 지원은 중앙정부에서 나가는 것도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를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 훨씬 많다”며 “당시에도 시민단체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한 현금성 지원이 이뤄졌고 (시민단체) 위탁 사업도 불합리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시민단체 출신 시장 때 야당 의원을 했던 경험을 살려 시민사회가 제자리를 찾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국민의힘 시민사회특위는 이들과 함께 류성걸·이만희·서범수 의원, 홍종기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당협위원장, 김혜준 함께하는아버지들 이사장, 김익환 전 열린북한방송 대표 등 9명으로 구성됐다. 김혜준 함께하는아버지들 이사장은 “정치적인 문제뿐 아니라 실제로 건강한 시민단체가 활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바꿔야 될 부분이 많다”며 “시민단체의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