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00억원 규모의 ‘선거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6일 나타났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선거의 중요성을 알리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선거 박물관이 있는 나라는 인도 외에는 사례를 찾기 어려워, 선관위가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선관위는 2010년부터 선거 박물관 건립 사업을 추진해왔다. 당시 선관위의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의 옛 선거 연수원 건물을 활용할 계획이었고, 예산은 32억원가량으로 책정됐다. 그런데 이 건물이 기획재정부에 반납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그런데 선관위는 무산된 줄 알았던 선거 박물관 사업을 2019년 다시 추진하기 시작했다. 당시 용역 보고서를 보면, 수원 권선구 선거 연구원 내 부지를 활용해 공사비는 143억여 원을 들여 건물(지하 1층, 지상 2층)을 지을 것이란 내용이 담겨있다.
선관위는 작년에도 선거 박물관 건립 관련 용역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번엔 지하 1층, 지상 3층에 사업비 300억원이 드는 건물을 짓겠다고 했다.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더라도 박물관 규모와 사업비가 점점 불어난 것이다.
위치는 수원 선거 연수원 부지와 세종 국립박물관 단지 부지가 거론됐다. 박물관 인원은 정규직 공무원 12명, 비정규직 공무원 및 무기 계약직 16명 등 28명으로 잡았고, 한 해 운영비는 27억원으로 책정했다.
인도의 경우 선거 박물관이 있긴 하다. 인도는 넓은 땅 곳곳에 퍼져 있는 수억명의 유권자 참정권을 보장한다. 2019년 총선이 한 달가량 치러졌다. 인도 선관위 직원은 ‘극한 직업’으로 불린다. 고산 지대나 밀림 지역을 지나서 투표소를 설치하기도 한다. 이런 인도의 선거 박물관은 의외로 단출하다. 델리에 있는 최고 선거 관리 책임자 사무실 내 1개 층을 개조해 만들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나라 선거와 인도를 단순히 비교할 순 없고, 우리 선관위도 한국 민주주의 정착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한 점은 있다”면서도 “현재의 우리 선관위는 ‘소쿠리 투표’ 논란도 있고, 고위 직원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까지 나오는 등 사명감이 부족해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 박물관이 선관위 퇴직 간부의 재임용 창구가 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