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소송을 예고하고 같은 당 원내대표까지 공개 저격하는 등 폭주하고 있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온다. 평소 강경 발언으로 소위 ‘개딸’의 호응을 받더니 “이제 아예 선을 넘어 제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왔다”는 것이다.
정청래 의원은 6일 KBS 라디오에서 “행안위원장 문제는 박광온 원내대표가 약속을 못 지킨 것”이라며 “나는 피해자인데 왜 피해자를 욕하느냐”고 했다.
상임위원장은 통상 2년을 한다. 그러나 지난해 여야는 과방위원장과 행안위원장을 1년씩 돌아가며 맡기로 합의했다. 여당은 경찰국 신설 문제가 걸려있던 행안위를 먼저 맡고 싶었고, 야당은 방송 이슈가 있는 과방위를 더 원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행안위원장이었던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과방위원장으로 다시 선출됐다. 그러나 과방위원장이었던 정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몫 상임위원장 자리는 결정되지 않았다. 당시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인 사람이 상임위원장까지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지도부의 일원인 최고위원이어서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자 ‘개딸’들을 중심으로 ‘정 의원을 행안위원장으로 내정하라’는 온라인 청원이 시작됐다. 정 의원은 지난 5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행안위원장에 대한 당원 청원이 5만명을 돌파했다. 당원들의 명령”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지난 2일엔 국회 사무총장에게 의사국장 보직 해임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자신의 과방위원장 사임의 건을 처리할 때 “이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의사국장이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지난 4일에는 같은 이유로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했다.
정 의원은 강경한 발언과 튀는 행동으로 그동안 개딸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그는 최근 공개 석상에서 “대통령실부터 후쿠시마 오염수를 생수로 마셔라” “김건희 여사는 (방미 일정에서) 바이든과 팔짱 끼기, 센터에 서기 등은 자제하라” “윤석열 대통령은 국제 바보” 등의 발언을 했다. 2021년 10월에는 문화재 관람료와 관련해 사찰을 “봉이 김선달”이라고 했다가 당 차원에서 불교계에 사과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이래경 혁신위원장 사태'로 당 안팎이 뒤숭숭했던 5일에도 “합의를 못 지킨 건 원내대표” “과방위원장 사임서를 제출했는데 그 뒤 나를 손발 묶고 공격했다”는 등의 글을 잇달아 올렸다.
정 의원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당 안팎에서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5일 라디오에서 “최고위원이 상임위원장을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이치에 안 맞는 것을 고수하고, 강성 지지자들과 한 묶음이 되는 건 당을 굉장히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아무리 억울해도 ‘원칙대로 해달라’고 말하고 끝내야지, 소송까지 한다고 나서니 국민들에겐 자리다툼으로 비칠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