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가 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처리할 때 외부의 방해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며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 대표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한미 동맹 외교를 정면 비판하고, “후회”를 언급하며 사실상 위협한 것이다. 싱 대사는 또 한국의 대중 무역 적자 확대에 대해서도 “탈중국화 시도 때문”이라고 했다.
싱 대사는 이날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로 이 대표를 초청해 “시진핑 주석의 지도하에 중국몽(中國夢)이란 위대한 꿈을 한결같이 이루려는 확고한 의지를 모르면 그저 탁상공론일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외교관이 주재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정면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대표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싱 대사를 찾아갔고, 이를 민주당 공식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중국 대사가 한국 정부에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공개 무대를 만들어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싱 대사는 “현재 중·한 관계가 어렵다”면서도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만 문제는 중국 핵심 관심 사항 중의 핵심이고 중·한 관계의 기초”라며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핵심 우려를 확실하게 존중하라”고 했다. 한국 정부의 한미 동맹 강화와 대만 관련 언급이 문제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싱 대사는 이날 이 대표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공동 대응 주장에는 “일본이 태평양을 자기 집 하수도로 삼고 있다”며 “오염수 방류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은 조속히 ‘쌍중단(북한 도발과 한미 훈련 동시 중단)’을 다시 추진하고 대화 재개를 추진할 것을 호소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한중 국민 사이에 신뢰가 위험에 처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에 대해 가능하면 공동 대응책을 강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