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가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민주당은 이를 유튜브로 생중계한 데 대해 ‘이재명 책임론’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급에 맞지 않는 행동’으로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직접 서울 성북구의 대사관저로 찾아간 것부터가 이례적이고 스스로 격을 낮춘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는 국가 의전 서열이 8위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실질적 위치는 ‘의전 서열 8위’보다도 훨씬 높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167석으로 국회 의석 과반을 가진 원내 제1당 대표다. 이 대표가 반대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렵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득표율 격차는 0.73%포인트에 불과했다. 현재도 차기 야권 대선 주자에 대한 여론조사를 하면 이 대표가 거의 항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현직 대학교수로 구성된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지난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 대표에게 묻고 싶다. 싱 대사의 오만방자한 교시를 듣고도 그날 저녁 짜장면은 목구멍으로 넘어가던가”라며 “왜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 돼야 하나”라고 했다. 정교모는 “제1야당 대표라는 자가 대한민국 외교·안보 주권에 대해 상대가 같잖은 말을 늘어놓는 것을 15분이나 공손히 앉아서 듣고 있었다. 일련의 행태는 도저히 제1야당 대표라 하기 어려웠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명동성당에서 열린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뒤 취재진에게서 만찬 회동 당시 싱 대사의 비판 발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중국 정부의 그런 태도가 마땅치는 않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도 “싸우러 간 것도 아니고 관계를 개선하고 대한민국 국익을 좀 더 지켜내기 위해 협조할 방향들을 찾아내는 게 더 중요한 일 아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부정적 반응이 대부분이다. 한 의원은 “이 대표가 마음이 급해 싱 대사의 의도를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 상대 계획에 말린 측면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