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났다. 조 전 장관은 당일 이런 사실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알리며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총선 출사표를 던진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2012년 대선 지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 활동 등 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열거하며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2019년 8월 검찰 개혁 과제를 부여받고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었지만, 저와 제 가족에게는 무간지옥의 시련이 닥쳐 지금까지 진행 중”이라며 “과오와 허물을 자성하고 자책하며 인고하고 감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逆進)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평산마을에서 찍은 사진 11장도 공개했다. 남색 정장을 입은 조 전 장관이 푸른 셔츠 차림의 문 전 대통령과 손을 잡거나 함께 걷고, 생선회를 안주로 문재인 청와대 문양이 새겨진 도자기 병에 담긴 술을 나누는 사진이었다. 문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조 전 장관이 경청하는 장면이 많았다.
조 전 장관이 최근 북콘서트 등 공개 활동에 나서면서 정치권에서는 총선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형이 확정되면 형기를 마친 시점부터 5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하지만 기소 이후 3년 6개월째 재판이 이어지면서 내년 4월 총선 전 2심 판결이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공천 규칙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재판 중인 후보자를 부적격 처리할 수 있는 규정을 삭제했는데 이 역시 조 전 장관의 출마길을 열어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국민에게 상처를 남긴 행동에 대해 어떻게 죗값을 치러야 할지 고민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