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한국 대사로 부임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는 중국 외교부 아시아국 부국장, 몽골 대사를 거쳤다. 한국은 대통령 최측근을 중국 대사에 임명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부국장급 관료를 한국 대사로 보내다 2010년 장신썬 대사 이후 국장급을 대사로 임명하고 있다. 직전 외교부 차관을 지낸 셰펑 미국 대사, 외교부 차관보를 지낸 우장하오 주일 대사는 물론 대외연락부(당 대 당 교류기관) 차관을 지낸 왕야쥔 북한 대사보다 급이 낮다. 중국은 이탈리아, 호주,싱가포르 등에도 한국과 비슷한 국장급 대사를 보내고 있다. 한국에 오는 중국 대사들은 은퇴 직전인 외교관들로 대부분 한국이 마지막 임지다.
싱 대사는 대사를 포함 한국에서 4차례, 북한에서 2차례 근무했고, 북한 사리원농대에서 유학해 한국어가 유창하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당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장신썬 당시 중국 대사에게 “중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강조하자 공사참사관이었던 싱 대사는 한국어로 “이거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라고 했다. 과장급 외교관이 주재국 장관을 공박하는 결례를 범한 것이다.
지난 대선 때도 싱 대사는 내정 간섭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2021년 7월 당시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관련 “명백히 우리 주권적 영역”이라고 밝히자, 싱 대사는 다음 날 해당 언론에 ‘윤석열 인터뷰에 대한 반론’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싣고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외교 사절이 주재국 대선 후보의 외교 정책을 공개 반박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대선 개입으로도 해석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는 싱 대사에 대해 공개 소환 등 항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싱 대사는 부임 초기인 2020년 2월 기자간담회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한국 정부 조치에 대해 “많이 평가하지 않겠다”고 했다. 외교적으로는 ‘평가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동의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런 싱 대사가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에서 “미국의 승리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취지로 말하자 여권에서는 싱 대사 추방 주장론까지 나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을 속국으로 보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적반하장”이라며 “정부는 도발적 망발을 일삼는 싱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PNG·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해 추방하라”고 했다. PNG는 심각한 범죄, 주권 침해 등으로 국가 이익을 현저히 침해한 특정인의 외교관 부임을 막거나, 현직의 경우 추방하는 조치로 한중 간에서는 알려진 전례가 없다. 여권에서는 “추방까진 아니더라도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싱 대사를 비롯해 고위 중국 외교관에 대해 정부 면담 연기·거부 등의 비공식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주중 한국 대사와 비교해 싱 대사는 한국 관료, 정치인을 훨씬 자유롭게 접촉해왔다.
싱 대사의 강성 발언에 대해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두드러진 이른바 ‘전랑(늑대전사) 외교’라는 평가도 있다. 미중 관계, 대만 등 중국이 자신의 국익에 중요하다고 여기는 문제에 대해 외교관들이 방송 출연, 기고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거친 언사를 쏟아내는 외교를 뜻한다. 미리 인쇄물을 준비한 것으로 볼 때 싱 대사의 발언은 중국 외교부와 사전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964년생으로 대사 이임(離任)과 은퇴 시점이 다가오는 싱 대사 개인의 필요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퇴임 후 싱크탱크 등을 제외하면 한국 관련 업무로는 새 직책을 맡기 어려운 가운데, 중국 지도부에 ‘할 말은 하는 외교관’으로 얼굴을 알리려 했다는 것이다. 싱 대사를 만났던 인사는 “싱 대사가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일본과 밀착하고 중국은 본체만체한다고 푸념하며 자기 입장이 난처하다고 호소하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