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옥상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국회 양봉 환경 프로젝트 국회 양봉장 꿀뜨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꿀을 채취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수확되는 꿀은 지진으로 고통받는 튀르키예로 전량 전달될 예정이다. 사진 왼쪽 두번째부터 어 의원, 안상규 안상규벌꿀 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이명우 국회도서관장, 윤화현 한국양봉협회장./뉴스1

국회사무처는 14일 국회도서관 옥상에서 꿀 채취(採蜜·채밀) 행사를 진행했다.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 이명우 국회도서관장, 안상규 안상규벌꿀 대표, 윤화현 한국양봉협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벌통을 열었다.

서울 도심 여의도 한복판인 국회의사당 경내에 꿀벌 100만 마리가 서식 중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국회는 2020년부터 도시 생태 복원 사업 일환으로 국회도서관 옥상에서 꿀벌을 기르고 있다. 3단짜리 벌통 15개엔 개당 수만 마리 꿀벌이 거주 중이다. 모두 합치면 100만 마리가 넘는다.

해바라기에서 꿀을 채취하는 꿀벌들./조선일보DB

국회의 ‘꿀벌 사업’은 2020년 주호영 의원 제의로 시작됐다고 한다. 벌꿀침 애호가로 잘 알려진 주 의원은 당시 환경 오염으로 도심에서 꿀벌이 사라지면서 꽃 수분(受粉·꽃가루 짝짓기)이 잘 안 된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국회에서 꿀벌을 키워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프랑스 파리 국회의사당 옥상에서도 꿀벌을 기르면서 매년 꿀 채취 행사를 연다는 점에도 착안했다. 프랑스 국회는 도심 양봉 활성화 차원에서 벌통을 옥상에 들여와 매년 꿀 150kg을 수확한다. 꿀 채취 행사 자체도 관광 명물이 됐거니와 국회 정원에 꽃이 만발하는 효과도 냈다고 한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옥상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국회 양봉 환경 프로젝트 국회 양봉장 꿀뜨기 행사에서 꿀벌들이 채집통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수확되는 꿀은 지진으로 고통받는 튀르키예로 전량 전달될 예정이다./뉴스1

당시 영등포 명물 ‘안상규 벌꿀연구소’가 벌통 설치·관리를 맡기로 했으나 꿀벌이 국회 방문객을 쏠 우려 때문에 사업은 한때 난관을 겪기도 했다. 주 의원 등은 국회 경내에서 인적이 드물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회도서관 옥상으로 입지를 결정, 양봉 사업을 4년째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국회는 매년 1000kg가량 꿀을 수확, 청소근로자 등 공무직 근로자들에게 전달하는 행사를 매년 열고 있다. 올해 수확한 꿀은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에도 보낼 예정이다. 국회 관계자는 “여의도 생태 복원은 물론 사회적 공헌에도 ‘국회꿀’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에 꿀통을 설치하면서, 안상규 대표 등 ‘국회꿀’ 멤버들은 협동(協同)을 상징하는 꿀벌처럼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도 여야가 협치(協治)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극단 지지층만 바라보며 강경 대결로만 일관하는 여야의 현주소가 꿀벌만도 못하다는 자조도 나오고 있다.

안상규벌꿀연구소 안상규 대표./안상규벌꿀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