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시각장애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의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이 여의도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안내견 ‘조이’를 끌고 국회 연단에 선 김예지 의원은 점자 자료를 통해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줄곧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정부의 장애인 정책을 물었다. 연일 “총리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몇번 마시겠느냐?” 류의 저질 질문이 판쳤던 국회 대정부 질문의 공기를 바꿨다는 평가다. 김 의원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기회와 가능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강물이 되어달라”고 대정부 질문을 마치자 일부 의원들이 기립 박수를 쳤을 정도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 의원과 첫 질문을 주고 받은 한동훈 법무장관의 영상이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심쿵 한동훈’ 이라며 ‘밈(meme·온라인 유행)’으로 돌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정부의 실효형 있는 장애인 정책을 주제로 대정부 질문을 하겠다”면서 “먼저 법무부 장관님, 발언대로 나와주실 수 있을까요?”라며 한동훈 법무장관을 불렀다.

그러자 국무위원석에 앉아있던 한 법무장관은 여느 때처럼 마이크 앞에 서더니 먼저 “의원님, 한동훈 법무부 장관 나와있습니다”라고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을 배려해 자신이 연단에 섰음을 알렸다. 그러자 김 의원도 “네, 장관님 알려주셔셔 감사합니다”라며 질문을 이어갔다.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 동영상을 돌리며 “김 의원을 배려하는 한 장관의 매너가 폭발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장관에 이어 김 의원은 “다음으로 장애인 예산 질문을 총리님께 하려고 하는데 총리님, 발언대로 나와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고,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몇초 후 연단에 선 뒤 “네, 국무총리 발언대에 나와있습니다”라며 김 의원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김 의원은 “네, 감사합니다”라며 질문을 이어갔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발언하기 위해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김 의원은 한 총리와 한 장관을 상대로 대정부 질문을 마친 뒤 의원석을 향해 장애인 정책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하는 연설로 대정부 질문을 마무리 했다. 김 의원은 “(코이는)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코이의 법칙으로도 알려져 있다”면서 “작은 어항 속에서는 10㎝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까지, 그리고 강물에서는 1m가 넘게 자라나는 고기”라고 코이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다”면서 “이러한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되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일부 의원들은 “상대를 헐뜯기 위해 날선 말만 오가는 대정부 질문에서 오랜만에 따뜻한 기분을 느꼈다”며 김 의원의 대정부 질문을 높게 평가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장애인의 인권보호와 약자 복지 문제 등을 주제로 감동적인 대정부 질문을 했다. 장애인 복지의 향상을 위해 더욱 분발하겠다고 다짐하며 김 의원에게 뜨거운 격려의 갈채를 보낸다”라며 “김예지 의원은 단연 오늘 대정부 질문의 주인공이자 최고였다. 김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의원들은 물론 국무의원들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고 썼다.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은 이번 대정부 질문을 위해 본회의장 자신의 좌석에서 연단까지 몇 발짝이 나오는지 사전에 동선을 체크하고, 타이머로 표시되는 대정부 질문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없는 김 의원을 위해 보좌진이 스마트 워치로 5분과 1분 등 남은 시간마다 알람을 주는 등 비장애인 의원들과 달리 많은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상당한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