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간 5명 이어… 野 7명 또 중국행 - 더불어민주당 도종환(왼쪽부터), 민병덕, 김철민, 유동수, 박정 의원이 15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도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부터 3박 4일간 중국을 ‘문화 교류’ 목적으로 방문한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문화 교류’ 방중단이 16일 티베트 자치구를 방문한다. 15일 베이징에 도착한 민주당 도종환·박정·김철민·유동수·김병주·민병덕·신현영 의원은 16일 베이징에서 3000㎞ 넘게 떨어진 티베트 라싸로 이동, 티베트 인민대표대회(지방 의회) 부주임(2인자)을 면담하고 제5회 티베트관광문화국제박람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박람회는 중국 정부가 티베트 독립운동을 덮고 ‘사회주의 시대 새 티베트’로 포장하기 위한 관제(官製) 행사다. 방중단은 중국 공산당의 체제 선전 도구가 될 위험성에도 “지금 가지 않으면 박람회가 끝난다”(도종환 단장)며 티베트행(行)을 강행했다. 여행 경비는 중국이 댄다. 당초 국민의힘 의원들도 함께 가기로 돼 있었지만,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베팅’ 발언 논란 등으로 막판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방중단 부단장 박정 의원은 1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와 티베트 자치구에서 문화 교류 확대를 위한 방중을 요청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그렇다고 굳이 티베트 현지까지 가야 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간 의원 외교 차원의 방중은 빈번했지만 주로 베이징 등 대도시 위주 방문이었다. 2015년 당시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 등이 티베트를 찾은 적은 있었다. 시진핑 주석 방한, 박근혜 대통령 방중이 이어지는 등 한·중 관계가 원활한 시기였다. 티베트에서 중국 당국자를 면담하고 문화 유적을 관람했지만, 대규모 선전 행사 참석 일정은 없었다.

티베트는 신장 위구르와 함께 중국에서 가장 예민한 지역이다. 미국 등 서방은 티베트 독립운동을 간접 지원하며 이 지역을 주시한다. 중국은 티베트가 역사적으로 자국 영토였다고 주장한다. 청나라 멸망 후 독립을 선언했던 티베트는 1950년 중국 공산당 침략으로 주권을 잃었다. 그러나 티베트 지도자 제14대 달라이 라마(88)는 1959년부터 인도에서 망명정부를 이끌며 독립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70여 년간 중국의 공산화에 저항하다가 학살당한 티베트인은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의원들이 티베트를 찾아 ‘인권 탄압 들러리’를 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외교가에선 ‘한국이 중국의 티베트 지배를 적극 지지한다는 메시지가 국제사회에 전달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하는 티베트 박람회는 서방이 제기하는 ‘인권 탄압’ 논란을 희석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중국 당국이 기획한 행사다. 올해 주제는 ‘행복한 신(新)티베트를 마음껏 여행하고, 손잡고 신정정(新征程·새로운 여정)을 개척하자’. 최근까지도 중국 공산당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티베트가 행복하고 평화롭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티베트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다.

민주당 방중단이 만나기로 한 티베트 인민대표대회 상임위 부주임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부주임은 총 11명인데 일부는 공안 출신이다. 박정 의원은 “대한민국 국격을 훼손하는 발언이 중국 측에서 제기되면 단호하게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지만 ‘방중단이 중국의 티베트 인권 탄압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