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방중(訪中) 일정으로 나랏빚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재정 준칙 도입(국가재정법 개정) 논의가 또다시 연기됐다. 여야(與野) 의원들이 재정 준칙 배운다고 9000만원을 들여 유럽 출장까지 갔다 왔지만, 논의가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공급망기본법 같은 주요 법안에 대한 결론도 덩달아 미뤄지게 됐다.
당초 여야는 지난 15일 오전 10시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를 열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전날인 14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기재위 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이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일정이 꼬였다. 새롭게 기재위 야당 간사로 내정된 유동수 의원이 법안심사 소위 당일인 15일 ‘문화 교류’ 목적으로 티베트 등 중국으로 출국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재정 준칙 도입 논의가 무산됐다.
재정 준칙 제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GDP의 60%를 초과하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2% 내로 유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10월 재정 준칙 논의가 시작된 이래 31개월 넘게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정부·여당은 재정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재정 준칙 도입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국회 기재위 법안심사 소위에서는 재정 준칙 안건이 마지막 순번에 배치되면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이로부터 한 달 뒤인 이날 기재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재정 준칙 법제화 안건이 올랐지만, 민주당 의원의 방중으로 인해 또다시 논의가 미뤄지게 된 것이다. 기재위 법안심사 소위는 오는 20일에 다시 열릴 전망이다.
앞서 선진국 재정 준칙을 살펴보고 오겠다며 유럽으로 떠난 여야 의원들이 외유성 출장 논란에 휘말리면서 “과연 국회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진정성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들이 찾아간 스페인은 국가채무비율이 한국의 두 배가 넘는 곳인 데다, 출장 보고서 내용 또한 부실했기 때문이다.